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여야는 정치권 최대 현안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국감장 곳곳에서 충돌했다. 증인 채택, 피켓 시위 등에 대한 이견으로 고성이 오가면서 오전 한때 7개 상임위원회의 국감 진행이 모두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주요 대선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앞으로 진행될 국감도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다.
피켓 시위 속 ‘올스톱’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총 7개 상임위에서 소관 부처를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국감 시작도 전에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 내건 피켓을 놓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인 책상에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이재명 판교 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등 피켓을 내걸었다. 행안위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으로 맞섰다. 대장동 개발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을 겨냥한 것이다.여당 지도부는 모든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피켓을 떼라고 요구하고, 피켓을 떼지 않을 경우 정회를 요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오전 한때 7개 상임위 국감 진행이 모두 중단됐다.
정무위에서는 증인 채택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경기도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련 증인 40명 채택을 모두 거부한 것에 대해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증인을 불러 검증을 받아보겠다는데 왜 이를 거부하냐”고 따졌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돈 받은 사실이 확인된 곽 의원 아들, 박영수 특별검사의 딸부터 증인으로 부르자”고 맞받았다. 그러자 강 의원이 “차라리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불러서 같이 따지자”고 했다.
이재명 대법원 재판 사법거래 논란
법사위에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전 부국장이 재판을 앞두고 권순일 전 대법관을 면담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부국장은 2019년 5월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여덟 차례에 걸쳐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유 의원은 “권 전 대법관이 공직에서 물러난 후 한 달 만에 화천대유에서 고문료를 받았는데 누가 봐도 김 전 부국장과 거래가 있다고 의혹을 받을 만한 상황 아니냐”고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물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 김 전 부국장과 한 달에 네 번 만났다”며 “대법관 때 자기 방에서 (한 달에) 네 번 만난 (외부) 사람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처장은 “저는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개발은 2015년 성남시가 계약조건을 확정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8년 성남시를 떠났다”며 “김 전 부국장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권 전 대법관을 만났다는 동기도, 이유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부국장이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간 것과 관련해) 화천대유와 연관된 다른 커다란 사건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장외에서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만약 이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돼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탄핵 사태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부패지옥 청렴천국, 돈이 마귀입니다’라는 제목의 SNS 글을 통해 “(국민의힘이) 지금은 마귀의 힘으로 잠시 큰소리치지만 곧 ‘부패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과기정통위 국감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도마에 올랐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플랫폼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지만 상생은커녕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수수료 산정 때 근거를 밝히게 하거나 과기정통부 내 수수료 심사위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부정적 측면은 인지하고 있지만, 초거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투자와 같은 긍정적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규제 도입 여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위에선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불공정 계약, 수수료 갑질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88%가 작가와 직접 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 계약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아이폰의 경우 매출의 30%를 애플이 챙기고 카카오는 10% 정도 가져간다”고 해명했다.
좌동욱/서민준/배성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