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는 501개다. 이 중에서 9월 한 달 수익률 1위 ETF와 꼴찌 ETF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팔라듐’. 팔라듐 선물 가격을 역으로 추종하는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 ETF는 한 달 새 28.89% 오른 반면 KBSTAR 팔라듐선물(H) ETF는 24.82% 내렸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선물 12월물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18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1841.5달러)보다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9월 한 달간 20% 넘게 하락했다. 올해 5월 3000달러 안팎에 거래됐던 걸 감안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팔라듐은 한동안 ‘금보다 귀한 금속’으로 통했다. 팔라듐은 구리·니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자동차 등 배기가스 저감장치 촉매제에 쓰인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의 심장에 핵융합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로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팔라듐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각종 탈탄소 공약을 발표하자 팔라듐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쇼티지(공급 부족)도 가격 상승세에 한몫했다. 러시아와 함께 세계 팔라듐 양대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코로나19 여파와 광산 노동조합 파업 등으로 팔라듐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잇따라 감산에 나선 영향이다. 자동차 반도체 쇼티지, 중국 전력난 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팔라듐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팔라듐 세계 수요의 80%가량이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촉매제에 쓰인다”며 “결국 자동차산업의 향방에 팔라듐 가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앞선 가격 폭등 탓에 백금이 차라리 싸서 자동차에 팔라듐 대신 백금을 쓸 것이란 불길한 예상도 있다. 세계 백금 투자협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공해 방지 장치에 사용되는 팔라듐의 가격이 높아져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점차적으로 백금 사용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의 전기차 공급 확대 정책도 팔라듐에는 악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팔라듐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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