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극초음속 미사일’(사진)을 개발해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예고한 대로다. 북한은 이달에만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 주변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도발’ ‘규탄’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채 신중론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용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첫 시험 발사”라며 “국방과학자들은 능동 구간에서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활공체·HGV)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앰풀)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며 미사일 발사 직전 액체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시간과 공간상 제약을 보완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개발이 포함돼 있었다.
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이 결합됐다. 빠른 속도뿐 아니라 장시간 낮은 궤도에서 코스를 바꾸며 활공해 현존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다.
전날 북한의 ‘미상 발사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시험 발사했다고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확인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새로운 것이란 평가가 나와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는 부분을 불식하기 위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한·미 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군당국은 이번 미사일의 속도를 마하 3 내외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일부 실전 배치했고 미국은 개발 막바지 단계로 알려졌다.
북한은 유엔총회 등에서 차세대 전략무기 체계 개발이 자위적 방위력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잘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북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외부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 기지를 공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 극초음속 미사일
목표물 타격 전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 마하 5는 초속 1.7㎞로 서울과 평양 간 거리(195㎞)를 1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빠르지만 낮게 활강하고 중간에 목표물이나 방향 수정이 가능해 방어가 어렵다.
문혜정/송영찬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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