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1조원 규모 젠투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의 40%를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운용사인 홍콩 젠투파트너스 요청으로 1년 이상 사모펀드 환매가 중단된 상황에서 돈이 묶인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투자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Gen2 파생결합증권(DLS) 신탁’ 투자자에게 투자금 4200억원의 40%인 1680억원을 가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연내 지급이 목표다. 판매사 책임을 인정해 배상에 나서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신한금융투자 차원에서 젠투파트너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고객들에게 가지급금을 주는 형태다.
최근 판매사들이 금융 소비자 보호 및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사모펀드는 손실금액이 확정된 뒤 보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금융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면서 손실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판매사가 피해자들에게 가지급금을 주는 추세다.
젠투파트너스는 한국계인 신기영 대표가 운영하는 홍콩 소재 운용사다. 채권형 펀드를 만들어 국내 증권사를 통해 법인과 기관 투자가들에게 주로 판매해 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투자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해 7월부터 도래한 펀드의 만기를 1년간 연장한다고 판매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환매가 연기된 펀드 규모는 1조125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규모인 42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젠투 측은 올해 7월 연장한 만기가 도래하자 환매 중단 기간을 내년 7월 2일로 재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젠투 측은 환매 중단을 연장하는 이유에 대해 펀드 순자산이 줄어들면 펀드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돈을 회수해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젠투는 “환매가 재개되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으로 펀드의 순자산(NAV)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줄어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에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회사)와의 약정 등 펀드가 체결한 계약들이 해지된다”며 “이로 인해 펀드 자산이 무질서하게 청산되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가능성도 언급했다. 젠투 측은 “환매 재개 후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매각하려 하면 펀드 보유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그 결과 펀드 마진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책임경영 실천과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가지급 지급을 결정했다"며 "향후에도 법적절차 진행 등을 통해 젠투 신탁에 대한 고객 자산 회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