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영화·드라마 제작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스튜디오드래곤은 5.17% 오른 8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이콘텐트리는 6.85% 오른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초록뱀미디어(2.29%), 키이스트(1.83%), 에이스토리(1.29%) 등 중소형 제작사도 강세를 보였다. 방송사인 SBS도 7.02% 상승했다. 상승세는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기관은 스튜디오드래곤을 1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제이콘텐트리는 70억원어치 사들였다.
오징어게임 출시 직후인 23~24일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의 상승률은 일 1~2% 수준이었다. 두 업체는 오징어게임 제작사가 아니어서 직접적 수혜를 받지 않았다. 그랬던 두 종목이 5~6% 급등한 것은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진출한 국가 대부분에서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는 11월 12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국내 제작사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끼리 경쟁으로 콘텐츠 주문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디즈니플러스 이외에도 애플TV플러스, HBO맥스 등 다수의 OTT가 진출해 한국 콘텐츠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만 봐도 한국 콘텐츠 투자액이 매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액은 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넷플릭스의 연도별 투자액은 2018년 920억원, 2019년, 2480억원, 2020년 333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콘텐츠의 투자가치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가성비’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데,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흥행도 노려볼 수 있다.
제작사 ‘투톱’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는 플랫폼주로 분류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모회사 CJ ENM 채널인 tvn과 OCN에, 제이콘텐트리는 JTBC에 고정적으로 드라마를 공급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OTT를 통해 제작편수를 늘려갈 수 있다. 중소형 제작사들은 방송사나 OTT로부터 공급계약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실적이 들쑥날쑥한 경향이 있다.
다만 국내에 진출한 OTT업체들이 많아질 경우 대형사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사업자들과 장기 파트너십이 체결돼 있지 않은 중소형사 특성상 여러 곳과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넷플릭스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않아 계약 조건이 유연하면서 대작 라인업을 보유한 에이스토리, NEW, 삼화네트웍스를 관심기업으로 소개했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