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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깊이, 빛의 투과성 '매력'…유리판에 피워낸 자연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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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 나뭇가지는 비록 앙상하지만 빛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기울인 모습에서 나무들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여러 장의 유리가 발하는 푸른색과 연초록색이 신비로우면서도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잎처럼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그림이 그려진 유리 아래 붙어 있는 나무토막들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빛을 향해 가지를 뻗으며 자라나는 나무들을 표현한 최진희 작가의 ‘빛바라기’(사진)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중견 작가 최진희의 개인전 ‘This is my story, This is my song’이 오는 30일 개막한다. 작가가 유리판에 유리 가루를 섞어 만든 물감으로 그린 회화, 유리로 제작한 인체 모양의 조형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서울대 미대와 미국 뉴저지 세라믹전문학교에서 공부한 뒤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12번째 개인전이다.

최 작가는 점토에 그림을 그린 뒤 굽거나 유리판에 에나멜 물감으로 수묵화 같은 발묵(潑墨) 효과를 내는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시도한다. 삶과 생명에 대한 성찰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로 만든 근작들을 만날 수 있다. 유리에 그린 그림 여러 장을 겹치고 나뭇가지 등 재료를 끼워 넣은 뒤 가마에서 열을 가해 제작한 회화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막 지역을 여행할 때 새벽이슬을 머금은 풀잎이 발하는 강렬한 생명력을 보고 이를 표현할 소재를 찾다가 유리를 선택했다”며 “평면에 그린 회화라도 공간의 깊이와 빛의 투과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유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광야에 서다’와 ‘생기를 불어넣다’ 등 유리로 인체를 표현한 조형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흙으로 사람 모양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 이를 굽고 유리판을 부착해 다시 열을 가하는 등 4~5단계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 얻어낸 결과물이다. ‘바람에 눕다’ 등 수묵화 느낌을 주는 작품들에서는 유리 표면의 빛과 단순한 그림의 조화가 뿜어내는 원시적인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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