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에도 서울대는 합격선 상승 … 주요 9개대 하락 소폭에 그쳐
‘어디가’에서 발표하는 백분위는 100점 만점 기준 점수로 내 점수 아래에 몇%의 학생들이 위치하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예컨대 백분위 95점이라고 한다면 내 점수 아래 95%의 학생들이 위치하고, 나는 상위 5%라는 뜻이다. 집단 내에서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주기에 좋은 지표다.‘어디가’ 발표 기준 정시 합격선을 살펴보면, 백분위를 공개하지 않은 한국외국어대를 제외한 주요 9개 대학은 2020, 2021학년도 2개년 동안 상승 또는 소폭 하락에 그쳤다. 2020, 2021학년도는 2개년 사이 고3 학생 수가 13만2711명 줄면서 전반적으로 합격선의 큰 폭 하락이 예견됐던 해였다. 하지만 서울대와 경희대는 인문, 자연 모두 평균 합격선이 상승했다.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고려대 자연계열도 2020학년도 94.9점에서 2021학년도 93.4점으로 1.5점 하락에 그쳤다. 학생 수 감소가 최상위권 대학 입시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셈이다. 주요 대학은 여전히 높은 합격선을 유지했다.
오히려 서울대는 정시 합격선이 상승했다. 서울대 인문계 정시 합격선(국수탐 백분위 평균, 70%컷 기준)은 2020학년도 97.6점에서 2021학년도 97.9점으로 0.3점 상승했고, 자연계 학과는 95.2점에서 95.3점으로 0.1점 올랐다. 연세대 자연계학과 평균 합격선도 0.2점 상승(94.7→94.9)했다.
대학 내 학과 순위 변화 크고 간판학과 합격선 하락하기도
서울대의 2021학년도 합격선은 인문은 최고 98.7점(소비자학전공) 최저 96.8점(국어교육과), 자연은 최고 99.0점(의예과) 최저 92.5점(지구과학교육과)으로 나타났다. 소비자학전공은 2020학년도 서울대 인문 내 9위에 머물렀으나 백분위 합격선이 1.3점 상승하며 2021학년도엔 1위로 올라섰다. 경영대학(0.3점 상승), 경제학부(0.2점 상승)보다 더 큰 폭으로 합격선이 올랐다.서울대 자연은 인기학과 중 하나인 컴퓨터공학부의 합격선이 크게 하락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20학년도 99.0점에서 2021학년도 95.8점으로 하락하면서 대학 내 학과 합격선 순위는 2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연세대는 전통적 인문계열 간판학과인 경영학과의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2020학년도 98.0점에서 2021학년도 95.7점으로 2.3점 하락하며 순위는 1위에서 19위로 떨어졌다. 2021학년도는 심리학과가 97.3점으로 1위에 올랐다. 자연은 의예과가 2020, 2021학년도 모두 99.5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고려대도 간판학과 중 하나인 미디어학부의 합격선이 하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미디어학부는 1.8점 하락(97.4→95.7)하면서 순위는 1위에서 21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경영대학은 2020학년도 97.0점에서 2021학년도 97.3점으로 0.3점 상승하면서 7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자연계 중에는 사이버국방학과가 2.5점 하락(94.2→91.7)하면서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다른 주요 대학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성균관대 인문에서는 글로벌경영학이 3.0점 하락(96.2→93.2)하면서 2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한편 글로벌경제학은 5.8점 상승(89.0→94.8)하면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성균관대 인문계열의 대표적 간판학과인 글로벌경영과 글로벌경제가 해를 바꿔가면서 엎치락뒤치락 순위 다툼을 하는 모양새다. 서강대는 경제학이 93.3점에서 91.5점으로 1.8점, 전자공학은 92.5점에서 89.8점으로 2.7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양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3점 하락), 미래자동차공학과(1.4점 하락)의 하락 폭이 컸다.
학과 순위는 상향·안정 지원 흐름 변화로 매해 변동 심해
이처럼 간판학과의 합격선 하락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 입시결과에서 소위 말하는 ‘펑크’(일시적으로 합격선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가 발생했을 때 올해 수험생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학과 합격선이 올해도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기도 한다.하지만 결론적으로 ‘펑크’는 매해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펑크였던 학과가 올해도 펑크가 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매해 각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 집단 사이에서는 상향과 안정지원 경향이 어지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한 단계 위의 대학에 동시 합격해 빠져나가는 학생이 많을수록 간판학과 최종 합격선은 크게 요동친다.
반대로 전년도 대학 입시결과가 평년보다 소폭 낮게 발표되면 이듬해엔 지원자가 몰리면서 합격선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성균관대의 대표학과인 글로벌경제가 2020학년도 89.0점에서 2021학년도 94.8점까지 5.8점이나 상승한 사례가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은 일시적인 ‘펑크’에 기대하기보다 관심 학과 입시결과를 최소 3개년 이상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학발표, 어디가, 입시기관별 발표 등 모든 정보를 종합해 과거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해 추세를 살피면서 준비전략을 세워나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