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호남지역 경선 판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텃밭인 호남에서 1위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여전히 대세론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아성인 호남지역 경선 결과에 따라 경선 판세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7~18일 1005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38.5%를 얻어 30.8%를 기록한 이 지사를 오차 범위 이상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앞서 13~14일 무등일보 의뢰로 리얼미터가 시행한 광주·전남지역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44.1%)가 이 지사(35.4%)를 앞질렀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민주당 경선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남지역 민주당 권리당원 및 대의원은 21~22일 온라인 투표를 마쳤다. 전북지역 당원들은 22일부터 23일까지 투표한다. 호남지역은 민주당 권리당원 70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49만 표가 걸려 있는 2차 슈퍼위크(10월 3일)도 호남지역 경선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호남 경선에서 이 지사가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이 전 대표의 역전이 힘들어지고, 이 전 대표가 승리하면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경선 시점에 과반 득표율을 확보하는 후보가 있으면 경선은 결선투표 없이 종료된다.
이 전 대표 측에선 이 지사의 50% 득표를 저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지역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표가 우위를 확보하며 여론이 급격하게 뒤바뀌고 있다”며 “결선투표 가능성 및 최종 승리의 희망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전남지역에서 이 전 대표에게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북·광주에선 과반 확보에 성공해 대세론을 이어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대장동 논란 등 일부 이슈로 전남지역에서 3%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전북과 광주에서는 과반 득표가 확실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결선투표 없는 본선 직행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중도 하차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연고지인 전북지역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명 캠프는 이날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를 지역구로 둔 안호영 의원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안 의원은 정세균 캠프의 전북지역 조직총괄을 맡았던 인사다. 반면 이낙연 캠프 측은 정 전 총리가 사실상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며, 전북지역 표심 확보를 자신했다. 윤 의원은 “정 전 총리가 사퇴하며 ‘지금 후퇴하는 이유가 뭔지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유력 주자 중 유일한 호남 주자인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