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값 상승에 문 닫는 비료 공장
대형 비료기업인 CF인더스트리홀딩스는 지난 15일부터 영국 북부 티스사이드와 체셔에 있는 비료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료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공장 재개 시점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직원 600명이 근무하는 이들 공장은 영국 비료시장의 40% 정도를 맡아왔다.비료의 주성분은 질산암모늄이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를 이용해 만든다. 가스값이 치솟으면서 암모니아 생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선 농가에선 비료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비료시장에 ‘퍼펙트스톰(파괴력이 큰 위기)’이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비료회사인 야라도 생산 축소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비료가 부족해지면 내년 농작물 생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분석 기관인 아거스미디어의 베드 헤렌 편집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비료공장이 한 달 정도 문 닫는 것은 관리가 가능하겠지만 셧다운이 2~3개월 이어지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스값 오르면서 전기료도 급등
비료시장을 폭풍 전야로 만든 것은 극심한 가스난이다. 영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하루 저장량은 올 7월 이후 2000만㎥를 넘어서지 못했다. 3월 2억㎥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5년치 평균보다 16% 적은 상태다. 9월 기준 최저치다.유럽은 늦여름 가스 탱크를 충전해 겨울을 난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져 유럽 가스 사용량이 급증했다. 올여름 바닥난 탱크를 채워야 했지만 주 공급원인 러시아가 수출을 줄였다. 가을 들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것도 가스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풍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량이 줄자 가스 소비가 더 늘었다. 이달 영국의 풍력발전소 에너지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
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유럽 가스 가격 대표지수인 네덜란드TTF의 10월 가스 가격은 15일 ㎿h당 79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이달 하루 선물 가스 가격도 올해 초 대비 세 배로 뛰었다. 올겨울 유럽의 정전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난방이 필요한 겨울을 앞두고 가스와 석탄 재고량이 평년보다 적은 데다 15일엔 영국과 프랑스 간 전력을 공급하는 해저케이블까지 끊어졌다.
대책 마련 나선 유럽, 아시아도 들썩
가스값이 요동친 데다 풍력발전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전기료가 치솟았다. 15일 영국에서 전기료는 전날보다 19% 상승해 ㎿h당 475파운드를 기록했다. S&P글로벌은 영국의 전력 선물 가격이 14일 ㎿h당 540.15파운드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2008년 이후 최고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일곱 배 상승했다.씨티그룹은 올해 유럽 가정의 에너지 요금이 이전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550만 가구에 연간 150유로 상당의 바우처를 배포하고 있는 프랑스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에너지 기업 이익금 26억유로를 환수해 소비자에게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도 1억5000만유로의 에너지 기금 조성안을 내놨다.
유럽 에너지난 여파는 아시아로도 번졌다. LNG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파키스탄 등의 바이어들이 연일 거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도호쿠전력과 그레일인디아가 올 11~12월분 LNG를 확보하기 위해 9월 기준 최고가를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