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혹은 ‘자율운영’ 하면 사람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십중팔구 자율주행 자동차를 떠올릴 것이다. 자율운영은 인공지능(AI)에 속하는 요소기술로,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이 디지털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즉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넘어 무형의 소프트웨어까지 적용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데이터 관리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의 회사가 4년 전 이 자율운영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베이스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을 때, 초기 반응은 기대만큼 열광적이지 않았다. 이 새로운 기술이 그들 기업에 얼마나 크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바로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 기술 확산에 앞서 극복해야 할 초기의 이른바 ‘캐즘(chasm)’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는 적지 않은 수의 기업이 자율운영 기술을 도입해 변화를 보기 시작했다.
자율운영이나 AI는 사람이 주체로 역할하기 원하는 분야에선 그리 반가운 개념이 아니다. AI가 우리 일자리의 구체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플랫폼 서비스 등의 사례에서 익히 경험한 것처럼 혁신 기술과 서비스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율운영 기술이 인간의 주체적 역할에 던지는 위기감과 소외 현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 관리에 있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들은 앞으로 더욱더 기계, 즉 자율운영에 맡겨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로 우리 발밑에 도래한 이 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관리가 직업인 사람이 400만 명 이상이다. 최소 수천 개 이상의 크고 작은 국내 기업에서도 이 데이터 관리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자율운영과 AI는 이들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그야말로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즉, 혁신 기술이 이들 업무의 근간을 대체해 당장의 일자리에 위협이 되고 구조조정 빌미로 작용할 위기로 다가오거나, 신기술을 지렛대이자 도구로 활용해 현재 역할을 더욱 가치 있는 일의 방식과 결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구체적이고도 실행 가능한 발상의 전환과 교육일 텐데, 이것이야 말로 혁신 기술 서비스 회사는 물론, 우리 기업과 정부 모두의 치열한 고민과 지혜가 절실한 부분이다. 혁신 기술이 역할하는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주체로서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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