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걸자 얌전하던 기체가 요동치며 힘차게 프로펠러를 돌렸다. 소음이 굉장해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앉은 조종사와도 헤드셋 마이크로 대화해야 했다. 계기판 수치들을 확인한 조종사는 비행기를 격납고에서 활주로로 이동시켰다. 조종사가 스로틀을 당기자 잠시 땅에서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둥실 몸을 띄워 하늘로 향했다. “경량비행기(경비행기)는 가벼워서 쉽게 뜹니다. 400m 길이 활주로는 이륙보다 착륙을 위한 것이죠.”
비행장이 자리 잡은 경기 화성의 너른 평지에서 날아오른 비행기는 순식간에 고도를 1000피트(300m)까지 올렸다.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잠시. 눈앞에 확 펼쳐진 서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궁평항과 제부도, 대부도가 발아래였다. 바다 저 멀리 서해대교와 인천 송도도 보였다.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자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된 매향리와 충남 서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조종간을 잡은 이진욱 하늘누리 경량비행학교 대표는 “‘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경비행기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경비행기는 △최대 이륙 중량 600㎏ 이하 △최대 수평 비행 속도 120노트(시속 220㎞/h) 이하 △2인승 이하(조종사 포함)인 항공기를 말한다. 레저·스포츠용으로 분류되며 5000피트(1500m) 낮은 고도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잠시 조종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자동차 운전과 다른 점은 3차원으로 기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승과 하강까지 해보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때 이 대표가 “좀 더 재미있는 비행을 해보겠느냐”고 물었다. “좋다”고 답하니 ‘곡예비행’이 시작됐다. ‘부아아앙’ 소리와 함께 기체가 빠르게 오른쪽으로 회전한 뒤 급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동적 움직임에 공포와 쾌감이 교차했다. 비명에 가까운 탄성과 함께 10여 분의 경비행기 체험이 마무리됐다.
비행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공항에서 쉽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대지만, 초창기 비행기를 닮은 경비행기를 타는 건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다. 그런 만큼 경비행기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만 17세 이상이면 항공법규, 항공기상, 비행이론, 항법이론 등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20시간의 비행교육을 거쳐 자격증을 딸 수 있다.
화성=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