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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카카오 욕망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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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났다. 당시 뜨거웠던 주식 카카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좋다고 했다. “카카오의 리스크는 국유화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쟁이 발생해 정부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 한 리스크가 없다는 얘기였다. 이후 카카오 주가는 급등했다.

1년 후 카카오는 국유화가 아닌 다른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는 평판, 욕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일상, 공정성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다만 이 글은 플랫폼 규제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카카오 혁신의 힘
카카오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어울린다. 카카오택시는 비오는 날 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물벼락을 맞는 번거로움을 없애줬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이 편리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줬다. 수조원대 비즈니스로 성장한 선물하기는 마음을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 됐다.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질문이 달랐기 때문이다. 주식은 3일 결제라고 한다. 주식을 팔면 당일 포함 사흘이 지나야 돈을 찾을 수 있다. 카카오 직원들은 “왜 당일 결제는 불가능하지”라고 질문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왜 많은 서류가 필요할까. 온라인으로 간단히 하면 될 것을”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렇게 시작된 혁신은 카카오를 권력으로 만들었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권력은 조직의 뇌를 바꿔놓았다. 카카오란 이름을 붙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회사를 인수해 카카오를 붙였다. 권력은 돈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카카오 내부에서 먼저 상장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혁신이 권력이 되고, 권력이 돈이 되는 메커니즘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카카오가 놓친 게 있다.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흐름이다. 카카오상조가 최근 화제였다. “의례적인 장례식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경영철학, 라이언 상조 서비스가 있습니다”란 포스터가 돌아다녔다. 실재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풍자였다. 카카오가 장악할 ‘나의 일상’에 대한 반감이 배어 있었다. 반감은 전방위적이었다. 택시 승객뿐 아니라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계속 터져 나왔다. 모든 서비스에 돈을 요구하는 듯한 노골적인 행태에도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플랫폼이 약자들 돈을 뜯어 자신의 배를 불리면 안 된다”고 했다. 카카오 직원들은 블라인드를 통해 내부의 신분제도, 갑질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일상 지배자에 대한 반감
카카오 경영진은 위기의 징후를 간과했다.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최근 카카오 주가 하락은 ESG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 경영진은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한 기업인은 이렇게 평가했다. “욕망 관리에 실패했다.” 카카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스톡옵션 소유자들의 욕망을 말한다. 상장하면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다. 그 욕망이 눈을 가려 마땅히 돌아봐야 할 것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Don’t Be Evil(사악해 지지 말자)’이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구글도 지탄을 받는 시대에 카카오는 평판관리에 실패했다.

관리되지 않은 욕망은 탐욕이 되고, 그 탐욕의 끝은 자본주의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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