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50대 남성이 자신의 아내에게 거짓 진술을 하게 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까지 꾸며 제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5부(김병룡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1)의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술을 마신 뒤 김해시 한 아파트까지 음주운전을 했다.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이웃 주민과 실랑이가 붙은 A씨는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와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지만 자신이 운전한 것이 아니라 아내 B씨(47·여)를 전화로 불러 운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내역을 변조한 거짓 통화내역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아내 B씨는 남편의 부탁에 "남편은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이 없고 내가 운전한 차량 조수석에 술에 취한 상태로 앉아있었다"고 증언했다.
변조 통화내역서가 수사기관에서 들통나는 바람에 재판에서 위증한 B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A씨는 아내가 위증죄로 법정 구속되자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1심 재판부는 "거짓말을 판별하기 위해 장기간 심리가 진행됐고, 위증교사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8개월로 형을 낮춰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점, 범행이 재판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 음주운전 등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