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노선 핵심 국가로 꼽히는 호주의 외교·국방장관이 동시 방한해 한국과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외교·국방장관(2+2)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중국을 겨냥해 ‘경제적 압박’ ‘외세의 간섭’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호주가 대중 견제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1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역내에서 증폭되는 전략적 도전은 우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겨냥한 듯 “양국 모두 경제적인 압박, 외세의 개입, 사이버 공격에 익숙하다”며 “역내에서 군사 재무장과 (군사) 역량 현대화가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2+2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역내에서 규범을 저해하는 행위는 강력히 규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들은 이날 2+2 회의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더튼 장관은 ‘중국에 대해 강압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양국 모두에 중요한 외교적 요소”라며 “안보와 주권을 지킨다는 것은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라고 답했다.
더튼 장관은 지난 8일엔 “중국 관료들의 수사가 호전적이고 강압적으로 변해 마치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한다”며 강도 높게 중국을 비판한 바 있다. 페인 장관도 “대외 관계를 추진할 때 어떤 주권 국가라도 국익을 최우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두 장관은 이날 6·25전쟁 당시 경기 가평전투를 재차 언급하며 한·호주 양국 간 동맹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호주는 이날 함께 참여하는 연합군사훈련을 늘리는 데도 합의했다. 한국은 내년 호주 공군이 주관하는 ‘피치 블랙’ 연합훈련에 처음 참가한다. 해군은 지난 7월 중국 견제 성격의 해상 연합훈련인 ‘탤리스먼 세이버’에 사상 처음으로 참여했고 뒤이어 ‘퍼시픽 벵가드’에도 참여한 바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한국과 호주군이 매년 함께 참여하는 연합훈련은 7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호주 외교·안보 수장의 동시 방한은 한국의 대중 견제 노선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첩보동맹 ‘파이브아이즈’의 회원국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주도의 대중 견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2일 파이브아이즈에 한국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파이브아이즈 가입에 관한 질문에 “미국 의회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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