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비전 발표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가가 맥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연초 ‘애플카’ 협업 기대에 급등했던 주가가 8개월가량 장기 조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투자처로 여전히 충분한 매력을 지닌 종목이라며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당분간 큰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3일 현대차는 0.73%(1500원) 내린 2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1월 고점(26만7500원) 대비 23.36%나 추락했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고점 대비 18.62% 주가가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1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근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수소 비전이 발표됐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를 비롯해 SK,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최근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했다.
자동차 대장주에 베팅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친환경차의 성장 가능성, 애플카 협업 기대에 올 들어 많은 개인투자자가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사모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해 현대차 주식 2조84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카카오에 이어 개인 순매수 6위에 올라 있다. 9위 기아(1조1978억원)를 합치면 올해 두 종목만 4조원 넘게 사들였다. 특히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삼성전자보다 현대차가 유망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전체 고객 계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미성년자 계좌에 가장 많이 담긴 종목 4위에 현대차가 이름을 올렸다. 2030세대도 미래 모빌리티산업 성장성에 적극 베팅한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 30대 이용자는 올해 카카오, 네이버보다 현대차 주식을 더 많이 매수했다. 20대 역시 삼성전자, 카카오, SK하이닉스, 현대차 순으로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단기 악재에 처해 있지만 현대차, 기아의 미래 성장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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