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는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중반인 ‘젊은 기업’이다. 1985년생인 박태훈 왓챠 대표가 회사 내에선 ‘고령층’에 속한다. 그마저도 서로 굳이 나이를 묻지 않기에 누가 몇 살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 회사 설립 때부터 서로를 직책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문화도 정착됐다.
단순히 젊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왓챠 관계자는 “회사 모토가 ‘서로의 다름이 인정받는 세상 만들기’”라며 “이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서비스에 담아내겠다는 뜻이지만 회사 내부 문화에도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소 엉뚱한 의견도 일단 귀를 기울인다는 문화가 확고하다”며 “지난해 입사한 신입 개발자가 제안한 인공지능(AI) 추천 모델이 서비스에 바로 반영되기도 했다”고 했다. 왓챠에선 아이템 구성, 테스트, 서비스 도입 여부 등이 팀 내에서 합의만 되면 결정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다.
AI 연구를 하려면 AI로 분석할 재료, 즉 데이터가 풍부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AI 알고리즘이 있어도 요리할 재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왓챠가 6억2000만 건 이상의 별점 데이터,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탈퇴자 포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AI 개발에 유리한 요소다.
윤정민 왓챠 머신러닝팀장은 “2016년 왓챠에 입사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머릿속의 가설을 마음껏 실험해볼 수 있는 데이터가 풍부했다는 점”이라며 “개발자로선 갖고 놀 장난감이 넘치니 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왓챠가 개발자가 일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업에서 이직해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왓챠에는 삼성전자,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SK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온 개발자가 일하고 있다.
왓챠는 업력이 어느덧 11년에 이르면서 직원도 약 200명으로 늘었다.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다. 왓챠 관계자는 “덩치는 커졌어도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모험적인 분위기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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