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50위. ‘완전 무명’에 가까웠던 영국의 10대 소녀 에마 라두카누(19)가 US오픈을 제패하며 여자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2002년생인 라두카누(18세9개월)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동갑내기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를 2-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17세11개월) 이후 US오픈 최연소 우승자, 2004년 마리야 샤라포바(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약 29억2500만원). 그가 지금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벌어들인 30만3376달러의 여덟 배가 넘는 금액이다.
예선을 거쳐온 라두카누는 우승 후보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예선 3경기를 가뿐히 가져오더니 본선 7경기에서도 한 세트를 내주지 않고 승리하는 ‘무실세트 우승’을 완성했다. 예선 통과자가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건 남녀 단식을 통틀어 라두카누가 최초다.
1977년 윔블던 우승자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44년 만에 영국에 메이저 여자 단식 트로피를 선물한 라두카누는 경기 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번 우승은 많은 노력과 헌신이 이뤄낸 결과물로 젊은 나이에 성취한 엄청난 성과”라고 밝혔다.
언론들은 루마니아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두카누의 스타성을 높게 사고 있다. 영국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 인터탤런트의 조너선 샬리트 대표는 “이런 추세를 유지하면 (라두카누는) 앞으로 1억파운드(약 1617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