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인상 준비에 들어가며 '금융주의 시간이 왔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가 올라가면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9일 삼성증권은 금리 인상을 전후해 글로벌 금융주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한 보고서를 냈다. 대표적 전통금융주인 미국 씨티그룹은 매출 중 은행 이자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58.6%에 달한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이 증권사는 설명했다.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신규 대출을 늘려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해보다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며 "금리 상승기였던 2016년 씨티의 주가는 74.6% 올랐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타카드는 그동안 코로나19 수혜주로 분류됐다. 언택트 결제가 보편화되며 카드 사용 빈도가 늘었고, 결제망을 소유한 이들 회사의 수수료 수입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양사가 여전히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의 예상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비자와 마스타카드 매출에서 해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4.0%, 33.2%였다.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해외결제 관련 매출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인 페이팔과 스퀘어에 대해 일부에서는 "주가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주라기 보다는 기술주로 분류되는 이들 회사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금리 상승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양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1.1배와 155.7배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페이팔과 스퀘어의 올해 매출 증가율이 각각 20.5%, 114.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밸류에이션 부담 우려보다는 두 기업이 주도하는 미래금융의 혁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종이화폐를 디지털 화폐가 대체하는 시대가 왔을 때 디지털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회사가 결제 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