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검사 장비업체 테라다인(TER)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동안 정체됐던 주가가 신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상승 전환할지 주목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테라다인은 1.11% 내린 118.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라다인 주가는 올해 들어 100~140달러대에서 횡보하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테라다인은 일본의 아드반테스트와 함께 세계 반도체 검사 장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다. 삼성, 퀄컴, 인텔, IBM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라다인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산업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위탁생산의 확대는 검사 장비의 수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로봇, 시스템 테스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테라다인은 협동로봇 팔 점유율 1위 기업인 유니버셜로봇을 2015년 인수하며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인간의 협동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로봇이다. 자동차 제조 등 다양한 공정에서 활용된다. 협동로봇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는 작지만 로봇 산업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시스템 테스트는 항공·국방 분야에 사용되는 전자시스템·저장장치·전자제품 회로에 대한 테스트 장비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데이터 센터향 저장장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 들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테라다인의 2분기 매출은 10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1% 증가한 3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신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테라다인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달라질지 주목하고 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 검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8%에 달한다. 하지만 시스템테스트와 로봇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0%, 56.8%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조 연구원은 “신사업 부문이 흑자로 전환할 경우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테라다인 목표주가는 157달러다. 현 주가 대비 32.12%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