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신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병세가 깊어진 뒤에는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국내 신약 벤처 압타바이오가 당뇨병성신증을 낫게 하는 신약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사진)는 8일 기자와 만나 “11월 초 임상 결과 톱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압타바이오는 유럽에서 진행해 온 당뇨병성신증 치료제(APX-115)의 임상 2상 투약을 최근 마무리했다. 이르면 연말께 최종 임상 결과가 나온다. 압타바이오는 조건부 허가 또는 임상 3상에 진입하지 않고 임상 결과를 토대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압타바이오는 체내 활성산소(ROS) 생성에 관여하는 ‘NOX’ 저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OX는 고혈당·고혈압이 지속되면 과발현된다. 과발현된 NOX로 인해 과다 생성된 ROS는 몸속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미세혈관이 얽히고설켜 있는 신장이 고장나는 당뇨병성신증이 대표 질환이다. APX-115를 포함해 압타바이오가 보유한 11개 파이프라인 중 7개가 NOX 저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이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중 내년 3월까지 의미 있는 기술이전 계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임상 진도가 가장 빠른 당뇨병성신증과 함께 황반변성 치료제(APX-1004F)와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등 혈액암 치료제(Apta-16)를 기술이전 가능성이 큰 후보로 보고 있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혈액암 치료제는 압타바이오의 또 다른 독자 기술인 ‘압타머 약물 복합체(Apt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혈액암 치료제는 2016년 삼진제약에 기술이전했다. 지난 1월 임상 1·2상 승인이 났고, 투약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기대작은 또 있다. 작년 10월 글로벌 대형 제약사 가운데 한 곳과 평가계약(EA)을 맺은 면역항암제(APX-NEW)다. EA는 특정 파이프라인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일종의 ‘찜’을 해놓는 계약이다. 만족할 만한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내년 초 EA를 체결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압타바이오는 당뇨병성신증 치료 후보물질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올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이달 첫 투약을 할 예정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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