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에서 마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규제와 조세 등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719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작년 8월부터 1년여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협력해 작성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 도모 등의 목적이다. 보고서는 주택정책 및 부동산 산업·조세 정책, 부동산 금융정책, 부동산 형사정책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보고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실패가 기존의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문제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 정책의 틀을 바꾸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우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요동치는 주택시장을 안정화함에 있어 예기치 못하게 상충하는 정책 방향이 있다"며 "공공 부문의 역할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대 정부들이 부동산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한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공공이 선도해 부동산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과 공직자를 향해서도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오히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든 것"이라며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썼다.
보고서는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도 쓴소리를 냈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주택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과도하게 규제 수준이 변하고 차입자가 중심이 아닌 투기지역 중심으로 규제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급증하는 편법대출이 과도한 대출규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LTV 상한은 오히려 시장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실수요 목적의 부동산 수요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계획적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출규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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