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휴전을 앞두고 중공군이 막바지 총공세를 벌인 금성전투를 다룬 중국 영화가 국내 수입 허가를 받았다. 대한민국에게는 국군 전사자 1701명이 발생한 뼈아픈 이 전투를 중국과 북한 입장에서 다룬 영화라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달 30일 심의를 거쳐 '1953 금성 대전투(원제 '금강천')'라는 중국 영화에 대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 극장 개봉용이 아닌 비디오용으로 심의를 마쳤다.
비디오물 국외 비디오로 분류된 '1953 금성 대전투'에는 1953년 한국동란 당시 중국군의 금성 대전투를 다룬 영상물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포털의 영화 소개란에는 '6·25 전쟁 끝 무렵인 1953년 여름, 40만 명이 넘는 미군과 중공군이 금강산 금성 돌출부를 두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중국배우 오경·장역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중국에서 '금강천'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0월 개봉했다. 제작비만 4억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됐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희생(Sacrifice)'이다. 금성 전투를 앞두고 금강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 중국군이 미국 정찰기와 폭격기의 공습에 맞닥뜨려 다리가 파괴되자 몸으로 다리를 쌓아 도강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희생'에 빗대어 표현한다.
한국은 이 전투에서 수적 우세를 앞세운 중공군에 밀려 패전하며 영토 193㎢를 북한에 넘겨줬다. 국군 피해는 전사자 1701명, 부상자 7548명에 달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이 외에 4136명이 포로가 되거나 실종됐다.
한국에게는 가슴 아픈 역사를 영화는 중국과 북한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중국군이 영웅으로 묘사되고, 미군 전투기는 '죽음의 폭격기'로 표현된다.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영화에 대해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抗美援朝) 70주년을 기념하며, 적과 아군의 전력 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분투한 의용군 전사들의 영웅적인 행적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항미원조'라고 부른다.
한편, '1953 금성 대전투' 수입 허가를 둘러싼 논란에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북한에서 극장 개봉할 수 있을까. 중국에선 가능할까"라면서 "저는 이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자유가 다시 한 번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물론 관객으로서의 비판 역시 자유"라면서 "'정부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봉사해야 한다'. 이건 영화에 대한 내 한줄평"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