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항만의 물류 대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면서 올해 미국의 수입 화물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요 항만청이 일러야 내년 상반기에나 물류 대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오 코데로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 이사는 “물류 대란이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프 린치 조지아항만청 전무는 “내년 중반, 어쩌면 내년 말까지 항구들의 혼잡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항구들은 급증한 수입 물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재고 부족 등 공급망 문제를 경험한 기업들이 발 빠르게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개인들의 소비도 급증했다. 미 소매업체를 대표하는 미국소매협회(NRF)와 해운 컨설팅업체 해켓어소시에이츠는 최근 한 달(7월 22일~8월 21일) 동안 미 항구에 수입 컨테이너 237만여 개가 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2002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 한해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 컨테이너 수는 2590만여 개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인 지난해(2200만여 개)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LA) 항만청은 이번주 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다음주에는 80%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LA와 롱비치 항구 부근에는 최근 컨테이너선 40여 척이 입항하지 못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배가 항구에 도착한 뒤 물건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물류 대란으로 세계적으로 컨테이너도 부족해지고 있다. 여기에 해상 운임 급등, 미국 근로자 수 부족 등이 더해지며 병목 현상이 심화했다. 또 미국에서 구인 수요가 구직자보다 많아지면서 화물트럭 운전사와 창고 근무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항구로 몰려든 컨테이너에서 수입품을 하역하고 미 전역으로 배송할 인력은 더욱 부족해졌다.
전 세계 선주들은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산업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507만1478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386척)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0%가량 급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