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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베트남 셧다운이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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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살아만 남읍시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단톡방엔 요즘 이런 글이 올라온다.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지난 6월 중순부터 대대적인 봉쇄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해 있는 호찌민 일대가 특히 심각하다. 확진자가 하루에 1만 명에 이를 정도다.

베트남 정부는 군인까지 동원해 계엄령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공장은 곧바로 폐쇄된 데다 근로자의 출퇴근도 전면 중단됐다. 숙식을 제공하는 공장만 겨우 가동이 허용되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들어 고작 1~2달러를 남기는데 먹이고 재우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까닭이다.
베트남은 '제2의 구로공단'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지 중소업체 가동률은 평소의 40% 이하, 생산량은 3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호찌민 항만도 대규모 코로나 확진으로 하역 지연 등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지 기업들은 “봉쇄 조치가 서둘러 해제되지 않으면 집단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해외 기업의 주문도 끊기고 있어서다.

베트남 공단의 마비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볼 수 없는 건 이곳이 사실상 한국의 제조기지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찌민 인근 빈중, 동나이, 롱안 등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은 5000여 곳에 이른다. 대부분 의류, 가방, 신발, 텐트 등 봉제·섬유업체다. 전 세계 유통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베트남산 명품 핸드백, 나이키 신발을 대부분 이곳에 있는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다. 베트남이 한때 국내 봉제산업의 메카였던 1970~1980년대 구로공단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베트남은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주요 교역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대(對)베트남 수출은 485억달러, 수입은 206억달러로 27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봉제·섬유업종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조달하는 덕이다. 중국(237억달러), 미국(166억달러) 등과 더불어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주요 국가다.

존폐의 기로에 선 현지 기업들은 한국 정부를 향해 인도적, 외교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진단키트, 주사기, 마스크 등 코로나 방역 물품을 지원하거나 봉쇄 조치 수위를 둘러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전략 한계 맞아
일단 급한 불은 꺼야겠지만 베트남 사태는 한국의 제조업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기도 하다. 1992년 한·베트남 수교 이후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대거 진출한 건 낮은 인건비 때문이었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월 900만~1000만동(약 50만원)을 받는다.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비교우위 지역 중심의 글로벌 제조 사슬에 쐐기를 박고 있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더 낮은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방역 수준이 낮아서다. 세계화 및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으로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산둥에서의 ‘와이어링하네스’ 조달 차질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에 제동이 걸린 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뿐만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촉발된 한·중 갈등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은 이미 끊기고 있다. 해외 생산의 위험과 비용 증가에 따른 제조업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플랜B의 전략 수립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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