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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전격 발표한 베이징거래소, 이렇게 운영된다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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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밤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축사를 통해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1990년 12월 개장한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에 이은 중국 본토 3번째 증권거래소다. 베이징증시가 기존 양대 증시와 어떤 차별성을 갖게 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한가 30%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3일 베이징증권거래소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운영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베이징거래소는 2013년부터 운영돼 온 스타트업 중심의 장외 거래소인 신삼판(新三板)의 우수 기업을 기반으로 출범한다. 상장 대상은 신삼판에서 거래된 지 12개월을 넘긴 혁신 기업이다.

당국은 베이징증권거래소 상장 첫날에는 주가 변동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둘째 날부터는 하루 상·하한가 범위를 30%로 설정할 방침이다. 기존 중국 본토증시 메인보드의 가격제한폭은 10%이며 유망 기술기업 중심의 상하이증시 커촹반, 선전증시 촹예반은 20%다.

증감위는 베이징거래소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에게 기존 본토증시 메인보드의 '허가제' 대신 '등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상장 요건을 갖추고도 금융당국의 허가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허가제와 달리 등록제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상장할 수 있다. 상하이증시 커촹반과 선전증시 촹예반이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지난해 11월 상장 2일 앞두고 전격 중단시킨 사례에서 보듯 커촹반과 촹예반도 여전히 허가제 성격이 강하다.

베이징거래소는 조직 내에 상장 절차를 관리하고 상장 희망 기업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는 독립 기구를 갖출 예정이다. 이 기구는 심사를 통과한 기업 관련 자료와, 기업에 대한 의견을 증감위로 보내 증감위의 최종 검토를 지원한다. 또 각 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상장 과정에서 컨설팅을 하도록 한다.
장외시장 신삼판 상장사가 후보
중국의 장외시장인 신삼판의 정식 이름은 전국중소기업주식거래시스템(NEEQ·NationalEquitiesExchangeandQuotations)이며, 이 NEEQ는 신삼판을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주식 유통 기능만을 하던 구삼판을 대신해 자금조달 기능을 갖춰 2012년 출범했다.

신삼판은 기초층, 창신층, 정선층의 3부로 구성돼 있다. 3일 기준 기초층에 5983개, 창신층에 1250개, 정선층에 66개 기업이 속해 있다. 베이징거래소는 창신층과 정선층 소속 기업들을 받을 예정이다. 증감위 관계자는 "정선층 66개 기업이 베이징거래소 개장 첫 날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거래소 운영도 신삼판을 운영하는 NEEQ가 맡을 예정이다.
중국은 왜 지금 새 거래소를 여나
시진핑 주석은 2018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상하이증시 커촹반 개설을 발표했다. 이후 2019년 7월 커촹반이 출범했다. 커촹반의 설립 취지는 우수 과학기술 기업들에게 자본 조달 창구가 되자는 것이었다.

촹예반에 이어 커촹반까지 열었음에도 우수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판단이다. 베이징거래소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 대신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사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구가 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베이징거래소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반독점 규제로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킨다', '사교육 억제로 기회의 균등을 보장한다' 등 최근 민간 부문에 대한 전방위 규제는 공동부유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거래소가 미국 증시 상장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모두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자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을 직접 하겠다는 방침이며 관련 법도 통과시켰다. 중국은 기업들의 핵심 정보를 미국에 넘길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는 양국 간 협정에 따라 중국 기업은 중국 증감위에만 회계 자료를 검증받으면 된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자국 기업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해외 상장은 이런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본토증시는 적자 기업 상장을 불허하고 차등의결권도 인정하지 않는 등 상장 조건이 까다롭다. 본토증시 입성이 어려운 중국 기술기업들이 해외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우회로를 동원해 미국 증시로 향한 배경이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철학이 확실한 미국 증시는 상장 규정도 느슨하다.

중국 최대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이 지난 6월말 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사건은 중국 기업의 뉴욕행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당국은 상장 이틀 만에 디디추싱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 기업의 상장을 잠정 중단시켰고,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상장은 앞으로도 차단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는 베이징거래소 주식을 살 수 있나
증감위는 투자자 적합성 관리제도를 둬 자격을 갖춘 투자자 위주로 시장을 운영함으로써 투기를 막고 장기적이고 이성적인 투자 문화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참여는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커촹반도 개인은 50만위안(약 9000만원)의 투자금과 2년 이상의 투자 경력 등을 가진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신삼판에서 가장 상위인 정선층 주식을 사려면 2년 이상의 투자 경력과 함께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 이상의 투자금을 갖춰야 한다. 중국 증권업계에선 커촹반 수준의 자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거래소는 기업 규모 별로 차별화된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해 주겠다는 중국 당국의 전략에 따라 설립되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각 증시별로 분산할 수 있다. 증감위는 베이징거래소를 중소기업 중심 시장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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