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당내 경선 룰 갈등에 대해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내홍이 격화될 경우 정권 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부 싸움만 하고 있으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결집이나 기대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선 룰을 두고 논쟁하고,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토론도 안 하고, 민심과 괴리돼 겉돌기만 하면 정권 교체는 물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당내 인사들이 세력 다툼에 정신이 팔려 정권 교체라는 큰 목표를 잊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 대선 예비후보 캠프들이 경선 룰의 유불리만을 따지기보다 본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대한 빨리 후보자 토론과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며 “누가 준비된 후보인지, 본선 경쟁력, 국정운영 등에서 우위에 있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히 판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 선언을 한 뒤 촉발된 ‘대선주자 재산 검증’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윤 의원의 사퇴(발표)는 당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대선후보를 향한 재산 검증 요구는 누구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10년간 재산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칭찬하든, 비판하든 욕을 먹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경계심을 드러냈다. 원 전 지사는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문재인 정부 정책들과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며 “현 정부와 다른, 새로운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처럼 국민들에게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면 정권 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 전 지사는 차기 대선의 승부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 달렸다고 했다. 코로나19 피해 구제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 전 지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폐업과 몰락의 막다른 낭떠러지에 서 있기 때문에 우선 살려놔야 한다”며 “그런 다음에야 혁신 성장이든, 국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 찬스든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대선 1호 공약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총 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프로젝트’를 내놨다.
코로나19 충격에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노동계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격적인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역대 정권에서 모두 시도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원 전 지사는 “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은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가는 엉터리 대책”이라며 “실효성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이동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방역 시스템의 기준도 확진자 수가 아니라 전체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문 정부는 그동안 자화자찬해온 K방역이라는 허상을 스스로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방역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성상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