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 백로를 앞두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올여름의 더위는 어느새 잊혀지는 듯하다. 올 7월 하순은 왜 그리 더웠는지 과학적으로 알아보자.
7월 19일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함과 동시에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여름 폭염이 시작되었다. 예년 여름 같으면 우리나라 남동쪽에서 확장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내고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며 무덥고 습한 날씨가 3~4주간 이어지는 게 정상인데, 이번 폭염은 달랐다. 왜 그런 걸까.
올해 폭염은 한반도 주변 기압계와 대기의 구조부터 예년과 달랐다. 7월 19일 장마가 끝난 후 동쪽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여 한반도 대기 중·하층부를 뒤덮었고 서쪽에서는 중국 내륙에서 발원한 티베트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대기 상층부를 차례로 덮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고온다습한 성질, 티베트 고기압은 고온건조한 성질을 띤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열돔현상이 발생했다. 한반도 상공에는 높고 크고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형성돼 열기가 머물게 되면서 매우 더운 날씨가 계속됐던 것이다. 기온상으로 비슷한 성질을 가진 두 거대 고기압이 차례로 뒤덮으며 만들어진 반구 형태의 지붕 때문에 저기압이나 태풍이 쉽사리 접근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비조차 없는 폭염이 발생한 것이다.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높게 올라간 요인은 열돔현상 외에 7월 18일께 형성돼 중국 내륙으로 북상한 제6호 태풍 인파의 영향도 있다. 태풍 인파가 제주도 남쪽 해상에 길게 머무르는 동안 우리나라에는 동풍이 유입되었는데, 이때 푄현상까지 겹쳐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수도권, 충청, 호남지역 등을 중심으로 36도 안팎의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7월 하순에는 2018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이어졌으나, 태풍 인파가 중국 내륙을 관통한 후 티베트 고기압이 서쪽으로 물러나면서 한반도 열돔현상은 차츰 사라졌다. 같은 시기 제8호 태풍 네파탁이 일본 쪽으로 지나가면서 북태평양 고기압도 수축했다. 이에 따라 3년 전과 같은 최악의 폭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예년 수준의 더위로 여름이 마무리됐다.
박동영 생글기자(고려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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