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와 미국 애플 등 굴지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자율주행 전기차'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스마트폰과 전기차는 큰 관련이 없는 산업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은 왜 전기차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4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자회사인 '샤오미치처'에 대한 법인 등록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로는 레이진 샤오미 창업자 겸 회장이 맡는다고 합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후 샤오미는 전기차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지난 6월부터 샤오미의 투자회사인 창장산업펀드를 통해자율주행 기술 업체인 '쭝무테크'와 라이다(LiDAR) 센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허사이'에 투자했습니다. 지난 7월엔 감지 시스템, 자율주행 발렛파킹 기술 등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딥모션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에 쏟는 돈도 어마어마합니다. 레이 회장이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할 당시 향후 10년간 전기차 사업에 약 11조6000억원(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샤오미치처의 자본금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는 게 샤오미 측의 설명입니다.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3월 이후 전기차와 관련 사용자 조사와 잠재 협력사 시찰 등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후 사업 가능성을 엿본 샤오미는 지난 7월 L4급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자율주행 부문에서만 500명의 고급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샤오미치처엔 이미 300여명의 개발진이 합류한 상태입니다.
샤오미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입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역대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사상 최대인 약 15조8000억원(878억 위안)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샤오미 측은 이러한 내용의 실적을 발표하며 "3년 이내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에 오르겠다"고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죠.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전기차가 전자제품과 연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레이쥔 회장은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할 당시 "샤오미는 스마트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확대하는 기업으로써 전기차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며 "모든 명성을 걸고 샤오미 스마트전기차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도 마찬가집니다. 애플 역시 자율주행차 생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관련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SK그룹과 LG전자 등과 '애플카'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엔 일본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를 방문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애플 측은 자율주행차와 관련 직접적으로 개발 현황을 확인해주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반복해서 업계 인재를 영입하고 프로젝트 신규 인력을 채용 중에 있다는 점, 수년 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명칭의 부서를 통해 전기차 개발을 추진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애플카가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견고한 팬층을 확보한 애플이 애플카를 내놓으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입니다. 미국 투자사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오는 2025년 내로 애플카를 출시할 경우 애플카 사업으로 7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30년까지 총 150만대의 애플카가 판매돼 회사 총매출 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는 IT 업체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예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업체도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인데요, 빈그룹은 지난 5월 스마트폰 계열사인 빈스마트를 매각했습니다. 빈그룹은 올 초까지만 해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부의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꼽힐 만큼 스마트폰 사업에 관심이 많던 제조사였습니다.
빈그룹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대신 빈패스트를 적극적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이스라엘 혁신기술벤처기업인 스토어닷과 함께 5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놓아 세계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다만 빈그룹과 스토어닷의 협업은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라고 하네요.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