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바벨을 드는 근력운동의 경우 지난번에 20kg을 드는 데 성공했으면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30kg에 도전하게 되고 이후에는 서서히 40kg…50kg으로 증량하는 데 적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골프라는 것은 참 희한하다.
공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연습에 탄력이 붙나 싶었는데 하루 이틀 쉬고 다음에 연습장에 가보면 그때 느낌을 깨우쳤다고 생각된 동작이 어느새 사라지고 내 스윙 자세는 초기화가 돼 있다.
프로님이랑 함께 할 때는 알 것 같았던 스윙 동작도 혼자 하다 보면 내 맘대로 바뀌어 엉망이 되곤 한다.
레슨을 받은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주위 타석에서 힘차게 스윙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파워넘치는 스윙이 부럽기만 했다.
전보다 헛스윙을 하거나 뒤땅을 치는 빈도는 줄었지만 슬로우모션과도 같은 내 스윙은 달라질 기미가 없었다.
이미지 프로께서는 "팔로우 동작이 생략돼 치킨윙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가슴과 골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상태로 팔만 휘두르다 보니 왼쪽 팔꿈치가 구부러져서 스윙이 뻗어 나가지를 못하는 상태였다.
임팩트 순간 왼팔에 힘을 꽉 주고 펴라고 하셨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때 연습하는 방법은 바로 한쪽 팔 스윙. 왼팔로만 골프채를 잡고(한 손으로 들면 꽤 무겁다) 백스윙을 했다가 볼을 임팩트 해보니 나도 모르게 왼팔이 쭉 펴졌다.
두 손으로 어드레스를 할 때도 이 점에 유념하고 스윙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 팔이 쭉 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팔이 쭉 펴지자 가슴도 공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열리면서 볼 스피드도 덩달아 조금 빨라졌다.
이미지 프로는 "혼자 연습할 때 임팩트 순간 멈췄다가 쳐야 한다"라면서 "공을 많이 치려고 하지 말고 빈 스윙을 하면서 맞는 스윙을 몸에 익히도록 연습하라"라고 조언해줬다.
치킨윙이 안되도록 팔을 뻗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앞에 배운 백스윙 때 가슴을 활짝 여는 걸 까먹게 되고 백스윙을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골반을 돌리는 걸 까맣게 잊게 되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골린이 탈출'이란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더 오랜 시일이 걸릴 목표였구나 생각된다. 도대체 탈출할 수는 있는 건지 회의감도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도움말=이미지 프로 (QED 아카데미 충정로점)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