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설계사 최초의 부사장에 도전하겠습니다.”
1일 메리츠화재 영업전문 임원(상무보)으로 임명된 박흥철 목포본부장(사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력만 하면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메리츠화재에서 보험 설계사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 본사 임원으로 승진해 지역 영업 전략을 총괄한다. 2016년 7월 목포 본부장으로 부임한 지 5년여 만이다. 과거 높은 성과를 낸 설계사에게 형식적으로 임원을 달아준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명실상부한 본사 임원으로 선임된 것은 전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상무는 기사 딸린 차량과 유류·대리비, 의료비, 자녀 학자금, 최고경영자 교육과정 지원 등 복리 후생 혜택에서 임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향후 평가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부사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평범한 설계사에서 ‘장원급제’의 꿈을 이룬 셈이다.
박 상무가 임원 승진의 꿈을 이룬 건 2016년 도입한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가 발판이 됐다. 설계사가 일정 실적을 달성하면 본부장 등 영업 관리직을 맡도록 한 제도다. 각 본부는 하나의 별개 사업체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1995년 일반 사무직으로 입사한 박 상무는 제도 도입 첫해 퇴사한 뒤 설계사로 재입사했다. 박 상무는 “처음에는 정규직에서 설계사로 신분이 바뀌는 데 부담을 느껴 희망퇴직을 택한 이도 많았다”며 “회사가 성장의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하고 제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의 노력은 매출·채용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16년 130명이 4000만원가량의 월평균 매출(장기 인보험 기준)을 내던 목포본부는 현재 330명이 월 1억1000만원을 버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1인당 생산성도 약 33만5000원으로, 회사 전체 평균(28만500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박 상무는 “본부 수가 기존 1개에서 7개로 늘었고, 6명의 설계사 출신 후배 본부장도 배출했다”며 “임의적인 정성 평가 없이 정해진 기준만 달성하면 승급의 기회를 주는 게 큰 인센티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도 성공적으로 안착됐다. 지난 상반기 기준 전국 260명의 본부장 중 160명은 설계사 출신이다. 향후 실적에 따라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 상무는 앞으로 부사장 승진으로 더 큰 귀감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경영진이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와 비전을 직접 제시한 것이 큰 동기 부여가 됐다”며 “이를 통해 ‘1호 임원’이 된 만큼 후배들에게 더 좋은 길을 보여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이 축소돼 어려운 시기인데 전국 많은 보험 설계사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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