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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벤처투자를 죄로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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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과 가장 추락한 기업을 한 곳씩 꼽자면? 줌(ZOOM)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유력 후보가 될 듯하다. 줌은 코로나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급증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 충격으로 지난해 8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에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 기업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 나란히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한 것이다. 역대급 호황을 맞은 기업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기업도 ‘포스트 코로나’의 해답을 스타트업 투자에서 구하기로 했다.
글로벌 IT공룡 벤처 투자 열풍
최근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기업계열 벤처캐피털(CVC)의 존재감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아마존 알렉사펀드는 지난해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텐센트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회사 엑스탈피에 투자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의 비전펀드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 세계 테크 기업을 쓸어담고 있다.

구글(구글벤처스), 인텔(인텔캐피털), 바이두(바이두벤처스), 상하이자동차(사익캐피털) 등 글로벌 공룡들은 CVC를 앞세워 전 세계에 연간 30~50건씩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와 동반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

올해 상반기 전체 미국 VC 투자 건수는 반기 기준 역대 최다인 7058건에 달했는데, 이 중 44%가량이 CVC 등이 투자한 건이다. CVC 투자는 2~3년 전만 해도 전체 벤처투자의 4분의 1 남짓이었지만, 어느새 전통 VC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CVC 열풍에서 그동안 유독 소외된 나라가 한국이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탐욕’이라는 인식과 금산분리 규제가 기업의 벤처투자를 꽁꽁 막았다. 글로벌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는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9년 이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기업은 63곳에 이른다. 이 중 63%는 AI, 하드웨어, 바이오,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등 이른바 첨단 분야의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 있다. 미국은 같은 기간 301곳의 유니콘 기업 중 82%인 247곳이 첨단 분야 B2B 기업이다.
韓 쇼핑몰·플랫폼 덩치만 커졌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5곳의 유니콘 기업이 생겨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에이프로젠을 제외한 나머지 4곳(무신사, 야놀자, 마켓컬리, 쏘카)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 서비스 기업이었다. VC 자금이 당장 돈이 되고 자금 회수가 쉬운 e커머스 등에 몰려든 영향이다. 주요 국가들이 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성장 분야 혁신 기업들을 길러내는데 우리는 쇼핑몰과 예약 사이트, 배달기업의 덩치만 키워온 셈이다.

정부는 CVC를 내년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CVC가 소외된 국내 혁신 스타트업을 키우는 젖줄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여전히 얼기설기 남아 있는 규제 때문이다. 국내 CVC들은 기존 VC보다 차입 기준이 까다롭다. 외부 자금 유치도 전체 펀드의 40%까지만 해야 한다. 해외투자는 사실상 막아놨다. 여전한 금산분리 프레임으로 투자 규모와 투자 대상을 모두 규제한 것이다. 한 투자업체 대표의 표현처럼 “육상 경기에 참여하게 길을 터줬지만 초단위 승부를 앞두고 한국적 상황을 감안한다며 한복을 입혀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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