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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이재명 겨냥 "지도자가 균형 잃으면 국정 삐끗…시행착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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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별명 중 하나는 ‘이테일(이낙연+디테일)’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시절 매일 아침 일일점검회의를 열어 세부 현안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생긴 별명이다. 거친 언사가 오가는 정치판에서 늘 정제된 발언을 내놔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한경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 들어선 뒤에도 한동안 PC 앞에 앉아 답변을 수정했다. 주택정책에 관한 질문에는 수첩을 꺼내 메모해둔 숫자를 확인해가며 답변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도 이미 국민께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성과도 있고 과제도 있다”며 “이름이 뭐든 그 정책이 얻으려고 했던 것과 지향하고자 한 것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패배를 두고는 “국민의 뜻을 더 잘 헤아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잠시 생각하다가 “균형과 신뢰”라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까.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입니다. 그동안 거시경제 지표는 분명 개선됐습니다. 국가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국민이 ‘내 삶’을 불안해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확산 등 예상을 뛰어넘는 큰 변화로 국민 삶의 근간을 이루는 일자리와 소득 등 많은 요소에서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국민 삶을 위협하는 제반 요인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했다고 봅니까.

“성과도 있고 과제도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비판부터 합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을 늘리고, 가계부담은 줄이고, 사회안전망은 확대하는 방법 등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늘렸고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 강화)’도 소득주도성장의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로 가계부담을 줄이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름이 뭐든 그 정책이 얻으려고 했던 것과 지향하고자 한 것은 지속될 필요가 있습니다.”

▷집권 초 최저임금 인상폭이 너무 크지 않았나요.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들쭉날쭉했던 건 아쉽습니다. 인상률이 높았다가 낮았다가 한 건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바람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만큼 비판이 계속될 전제는 없어졌다고 봅니다.”

▷부동산 문제 해법은 뭡니까.

“기본적으로 다양하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이 이뤄져야 합니다. 작년 8월과 올해 2월에 걸쳐 문재인 정부에서 205만 가구 공급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이는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합니다. 이를 대전제로 삼고 추가로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 등 기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형태의 수요 증가와 다양화에 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습니까.

“우선 1인 가구 전용주택 공급이 필요합니다. 생애최초 주택 청약제도 개선, 대출규제 부분적 완화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4% 남짓인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겁니다. 그런 점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추진 중인 신혼부부 행복주택은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비 신혼부부나 신혼부부에게 16·20·25평형 주택을 각각 보증금 3000만·4000만·5000만원, 월세 9만·11만·15만원 조건에 제공합니다. 자녀가 한 명 태어나면 월세의 절반을, 둘 이상이면 완전 면제해주는 겁니다. 그 대신 분양은 불가능하고 10년 뒤엔 후배(신혼부부)들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이런 공공주택을 해마다 20만 가구씩 지으면 신혼부부 주택 문제를 해소하고 출생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부동산 세제는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합니까.

“큰 흐름에선 ‘보유세는 좀 더 무겁게, 거래세는 좀 더 가볍게’가 현실에 맞을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건 그때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해야 합니다.”

▷대출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도 과도하게 많고 지나치게 빨리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주택자가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거나 절박한 서민 실수요가 있는 경우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임대차 3법’을 두고도 논란이 많습니다.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면서 시장에 나온 물건이 줄어든 점이 (전세 가격에) 심리적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도를 보완해야 할 정도인지는 지켜보고 필요하면 보완해야 합니다.”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이 ‘왜 우리 당 후보들은 연금개혁을 말하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연금개혁은 선거 중 쟁점화해서는 합리적 대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내기에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중장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틀림없습니다.”

▷언론중재법이 ‘언론재갈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언론 피해에 대한 구제가 제도화돼야 하는 건 맞습니다. 현재는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에 1000만원 이하 벌금만 냅니다. 그런데 실제 그것으로 치유되지 않는 상처 입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한다면 그건 사람의 명예나 인생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겁니다. 고의나 중과실로 어떤 사람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인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을 제안했는데요.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 기준을 정해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준비하자는 겁니다.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치명률은 떨어졌는데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에 연연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를 억압하는 방역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에 너무 굼뜨게 대처했습니다. 훨씬 더 빨리 대담하게 대화했어야 옳습니다. 지금이라도 북·미 대화가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이재명 지사에 비해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강점은 뭡니까.

“균형과 신뢰입니다. 국정은 내정과 외교 등 수많은 분야가 연계되면서 굴러가기 때문에 지도자가 균형을 잃으면 삐끗하기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만큼 미숙한 나라가 아닙니다. 저는 시행착오 없이 노련하게 해나갈 경험과 준비가 돼 있습니다.”

■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프로필

△1952년 전남 영광 출생
△1974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9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1999년 동아일보 국제부장
△2000~2014년 16~19대 국회의원
△2014년 전남지사
△2017년 국무총리
△2020년 21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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