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국내에 처음 도입된 상장지수펀드(ETF)는 2021년 7월말 기준 497종류, 약 60조원의 순자산가치 총액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ETF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ETN은 2014년 국내에 도입되어 2021년 7월말 현재 183종류, 약 7조6000억원의 지표가치 총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상장지수펀드라고 부르는 반면, ETN은 Exchange Traded Note의 약자로 상장지수증권이라고 부릅니다. ETF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의 ETN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맨 앞에 오는 이름부터 다릅니다. ETF는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브랜드가 나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브랜드인 ‘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브랜드인 ‘TIGER’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반면, ETN은 ETN발행 증권회사의 이름이 맨 앞에 위치합니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ETN은 ‘삼성’, 신한금융투자가 발행한 ETN에는 ‘신한’이 ETN이름의 맨 앞에 표기됩니다(단, NH투자증권은 ‘QV’, 한국투자증권은 ‘TRUE’).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름 맨 앞만 보고도 ETF인지 ETN인 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ETF는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즉, 자산운용사에서는 정해진 추종지수를 최대한 똑같이 따라갈 수 있도록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여 ETF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그래서 ETF는 추종지수와 실제 포트폴리오가 100% 일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추종지수와 포트폴리오간의 차이를 ‘추적오차’라고 합니다. 동일한 추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ETF도 순자산가치(NAV)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ETN은 추적오차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초지수에 맞춰 주식, 채권 등을 편입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전에 약정된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지급할 것을 증권회사가 약속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KOSPI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200종류의 주식을 비중에 맞춰 펀드에 사두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KOSPI200지수가 10% 상승한다고 해서 ETF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정확히 10%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TN은 KOSPI200의 수익률만큼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증권이기 때문에 추적오차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ETF는 최소 10종목 이상의 종목에 분산투자해야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반면 ETN은 최소분산 규정이 5종목입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 미디어엔터 Core5 ETN(코드:520014)의 경우 카카오게임즈, 제일기획, CJ ENM, 넷마블, 엔씨소프트 딱 5종목만으로 구성됩니다. 이런 집중투자 구조는 ETF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해외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만으로 구성되는 경우에는 3종목만으로도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합니다.
ETF를 운용하던 자산운용사가 파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운용하던 주식과 채권은 은행 등 수탁회사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ETF투자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ETN의 경우에는 만의 하나 ETN발행사인 증권회사가 파산한다면 ETN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리만브라더스가 발행했던 3개의 ETN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의 위험을 떠안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ETN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신용등급 AA-이상 등의 까다로운 발행요건을 충족한 증권회사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9개 증권회사(삼성증권, 신한투자, 한국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에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ETF는 정해진 만기가 없지만, ETN은 최대 20년 내에서 만기를 설정해 놓은 증권입니다. 물론 만기 이전에는 ETF처럼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만기가 되면 만기시점의 ETN 보유자는 증권회사에서 약속한 ETN의 수익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ETN은 해외지수, 원자재, 금리, 변동성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상품구조 개발이 가능합니다. 특히 레버리지ETN, 인버스ETN의 거래가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2021년 7월 한달간 ETN거래대금의 85.5%가 레버리지/인버스일 정도입니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ETN은 변동성이 매우 큰 금융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내 포트폴리오의 일부자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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