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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의 딜 막전막후] 휴젤 품은 GS의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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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LG, 신세계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앞다퉈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정작 승자는 대형 인수합병(M&A) 인수전에서 한 번도 완주해본 적이 없는 GS였다.

국내 보톡스 1위 업체인 휴젤 인수전 얘기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의 표현처럼 ‘유난히 딜이 많았던 올해 인수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반전 드라마’였다.
그룹 첫 '메가딜'…바이오산업 진출
GS는 최근 1조7000억원에 휴젤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S가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된 뒤 단행한 첫 조(兆)단위 M&A 거래다. 휴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올해 초다.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올초부터 시장의 움직임을 살폈다. 코로나19 여파가 한풀 꺾이고, 시장의 유동성도 풍부해 제값을 받기에 적기로 판단했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자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 와중에 GS가 인수후보로 등장하자 IB업계에선 “또야?” 하는 반응이 나왔다. GS는 그동안 조단위 M&A에 종종 등장했지만 매번 중도 하차했다. 정유와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가 보톡스 업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2조원 규모의 빅딜인 만큼 향후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도 컸다.

시장에서는 거래 내내 GS의 실제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GS는 괘념치 않았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휴젤을 낙점한 뒤 조직의 사활을 걸었다. 다른 대기업이 가격을 놓고 고심하는 사이 GS는 이미 3개국의 투자사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GS의 휴젤 인수는 오랜 기간 고심의 결과물이다. GS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으면서 바이오산업 진출 방안을 검토한 것은 이미 1년여 전쯤이다. 신사업을 검토하는 사업지원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체 인수를 고민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었다. 이 팀에는 M&A 경험이 많은 IB업계 출신 인재가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다 올초 휴젤이 매물로 등장했다. GS는 휴젤의 해외 진출 성장성이 충분히 크다고 판단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전폭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조직 차원에서 결정하자 거래는 일사천리였다. 싱가포르계 헬스케어 펀드 운용사 CBC그룹을 중심으로 중동계 대표 국부펀드 무바달라, 국내 PEF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공동 인수 파트너로 나섰다.
화학적 통합·시장의구심 해소 과제
고비의 순간도 있었다. 거래 막바지에 휴젤의 중국 파트너사인 사환제약이 GS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베팅하면서다. 지난달 진행된 휴젤 본입찰에는 GS만 참여했지만, 사환제약 역시 인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사환제약은 뒤늦게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한 뒤 GS를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했지만, 승부는 이미 판가름이 난 뒤였다. 매각 측은 거래 종결성, 국내 시장에서 회사 확장성 등을 고려해 애초부터 국내 전략적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가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됐지만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대형 M&A 전례가 없다는 것은 인수 후 통합(PMI) 경험도 전무하다는 얘기다. GS와 휴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차세대 그룹 동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GS가 휴젤의 진짜 주인이 맞느냐”는 시장의 의구심도 해결해야 한다. GS가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지분은 10% 수준에 불과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거래 자금 대부분을 책임진다. GS는 CBC그룹으로부터 휴젤을 먼저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송 가능성도 이슈다. 휴젤의 경쟁 업체인 메디톡스는 최근 보톨리눔 톡신 물질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소송을 위해 미국의 소송 전문 로펌 퀸 엠마누엘을 선임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휴젤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IB업계에서는 GS의 첫 신사업 진출에 일단 합격점을 주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예전과는 다른 GS의 ‘야성’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반전 드라마로 시작한 GS의 의료·바이오 진출 행보가 순탄하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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