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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가입시 따로 챙길 '문건' 있다는데…[더 머니이스트-김두철의 보험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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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단연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얼마만큼의 보험금이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느냐가 주된 관심사죠. 기왕이면 보험료는 적게 내고 되도록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보험상품은 없습니다.

철저하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하고, 처음에 정해진 대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운 좋게 옛날 고금리 시대에 금리가 확정된 생명보험상품에 가입해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도 높은 보험급여를 받는 예는 있습니다. 흥정을 잘해서가 아니라, 상품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대박이 난 경우입니다.

결국 생명보험을 잘 활용하려면 무엇보다도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상품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사회 환경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그렇다면 생명보험상품의 어떤 특성을 유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까요? 본질적으로 보장과 저축의 기능을 가지며 장기금융상품인 생명보험은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습니다.

정해진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생명보험에서는 예정이율이 보험료, 해지환급금 등의 크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축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에서는, 개략적으로라도 적용이율이 어떻게 결정되고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두어야 합니다. 회사가 보증(guarantee)해 주는 확정금리인지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금리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밖에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회사가 최소치를 정해놓고 실제 적용되는 값은 그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보증해 주는 최저이율이 있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회사가 단기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영 성과에 대해 보증해 준다는 특징은 다른 금융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입자가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생명보험만이 가진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계약자배당의 유무도 확인이 필요한 항목 중 하나입니다. 무배당보험이라고 계약자에게 불리한 보험계약은 아닙니다. 계약자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그만큼을 미리 처음부터 보험료에서 깎아줍니다. 그러나 유·무배당에 상관없이 생명보험의 근본적인 운용원리는 똑같습니다. 자산운용 수익을 비롯한 보험회사의 다른 수익들도 처음부터 용처가 확실히 결정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목적 이외 어떤 임시방편의 재원으로도 사용될 수 없죠. 어떻게라도 소수의 가입자에게 처음부터 정해졌거나 혹은 회사가 보증한 정도 이상으로 보험급여를 지급하면, 보험경영의 가장 기초이론인 '수지상등의 원칙'이 훼손됩니다. 소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많은 가입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건들을 챙겨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문건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가 궁금하실겁니다. 먼저 보험금이나 보험급여의 지급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거나 혹은 계약 내용대로 집행되었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험계약서란 하나의 특정한 문서는 없습니다. 우리의 법 테두리 안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생명보험계약을 구성 요소 측면에서 정의하거나 확정시켜놓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보험안내자료나 건강진단서 등의 서류들도 생명보험계약에 포함되어 완성된다'고 명시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계약의 내용을 담아놓은 가장 기본적인 서류는 '생명보험약관'입니다. 생명보험계약이 이행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보험계약자의 측면에서 기술한 내용입니다. 간명한 사안들도 있지만, 계리나 법률 등과 관련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여러 방면의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만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가입자가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의 내용, 즉 약관을 작성하는 일은 보험회사가 책임지고 맡아서 합니다. 회사가 만들어 제시하는 계약 내용이 마음에 들 때만 우리는 보험에 가입한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내용 중 일부를 개인의 구미대로 고쳐 가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관행이 계약자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보험계약의 내용이 잘못되었거나 애매모호하여 분쟁이 생겼을 때는 약관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계약자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법원에서 판결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만들기는 하지만 보험약관은 '평균적 고객'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일지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단 작성되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될 위험이 있어 쉽게 고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장기보험인 생명보험의 약관은 아무리 정확한 언어로 명확하게 서술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우리의 인식과 시대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복잡하고 기술적인 사항은 따로 모아서 별도의 서류로 만듭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료, 보험급여, 해지환급금 등을 계산하는 기술적인 문제나 공식은 '산출방법서'에 적어 놓습니다. 보험약관과 내용이 비슷한 '사업방법서'에는 보험회사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세계에서 유독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위 세 가지 서류를 콕 집어 '기초서류'라 부릅니다.

기초서류가 생명보험계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기초서류의 준수의무를 법으로 정해 위반하면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만들었으므로 당연히 생명보험계약의 일부라고 판단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명보험계약과 관련해 굳이 기초서류 같이 특정한 서류들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에서 발행한 모든 서류가 포함되어 보험계약이 완성된다는 단일화조항(entire contract clause)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죠. 특정 계약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게 의도입니다. 어디엔가 적혀 있으면 계약 내용에 포함된다는 의미입니다.

생명보험계약을 정의하는 데 어떤 개념이 적용되더라도,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사소한 종이 문서라도 잘 챙겨두어야 합니다. 비공식적인 자료라도 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거나 제공하는 사람의 서명이 있다면 더욱 확실한 증빙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기초서류 중에서도 산출방법서나 사업방법서는 어렵고 복잡한 보험회사의 업무와 관련되어 있어 계약자에게 제시할 의무도 없으니 굳이 보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있지만, 최근에 내려진 일연의 생명보험, 특히 '즉시연금 상속만기형'의 판결들은 가입자나 보험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계약의 범위를 규명하거나 생명보험약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원칙에 일관성이 없고, 생명보험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약속보다 더 지급해야 하고 특정 문건의 존재 의미가 부인되는 등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온 생명보험의 기본원리가 무너지고 생명보험경영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원리와 원칙이 흔들리면 보험경영의 필수적인 요소인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져 산업의 기반이 부실해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적법한 서류를 보관하고 있는지, 혹은 지금 통용되는 보험경영원칙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세계적 보험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생명보험의 기본 논리는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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