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만의 가장 큰 변화
백혈구는 혈액 내 비중이 1%에 불과해 추출하기 까다롭다. 보통 원심분리기로 추출하지만 분당 수천 번 이상 도는 원심력 영향으로 백혈구의 70%가 손실되거나 변형된다. 추출에 6시간이 걸리는 데다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대형 병원에선 30~40여 명이 투입될 정도다.2005년 설립된 라디안큐바이오는 물리법칙(미세유체역학)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혈액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수백 개 원기둥 구조물을 지나가게 하면서 완전한 구형태인 백혈구는 좌측으로, 납작하거나 찌그러진 형태의 적혈구와 혈소판 등은 우측으로 흐르게 한 것이다. 백혈구를 정확히 걸러내도록 설계한 원기둥 구조물의 지름과 간격, 바닥의 기울기 등이 이 회사의 경쟁력이다.
1949년 세계 최초의 원심분리기가 발명된 후 70여 년 만에 혈액 전처리(물리·화학적 분리)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김범기 라디안큐바이오 사장(사진)은 “30분 만에 변형·손실 없이 순도 95% 이상의 백혈구 추출이 가능하다”며 “자동화가 가능해 면역치료제 생산비용 역시 기존 수억원에서 수백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2015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10조원 규모인 글로벌 원심분리기 시장도 대체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우리 기술을 융합하는 회사만이 글로벌 치료제 개발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이 접목된 혈액 전처리 기기 ‘M바이시스’를 작년 서울성모병원 원자력병원 등에 공급한 데 이어 대용량 모델인 ‘M콜’을 개발해 오는 10월 국내 유명 암치료 연구기관에 납품할 예정이다. 글로벌 진단회사와 국내 유명 면역세포치료제업체가 지분 투자도 검토 중이다.
40여 개국 수출하는 AED사업
백혈구 추출 기술이 라디안큐바이오의 미래성장동력이라면 현재 매출의 90%가 나오는 핵심 영역은 자동심장충격기(AED) 제조·판매사업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선 작년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KT와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홈케어 AED’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코스닥시장 입성도 준비 중이다. 김 사장은 “내년 매출 200억원, 2025년 5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라디안큐바이오는 ‘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KIBA) 서울’의 부회장사이기도 하다. 산단공과 협조해 산단 내 입주 기업의 투자 유치와 생산·수출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