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7일 새벽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을 6.86%에서 6.99%로 1.8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를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건보료율은 3.43%에서 3.495%로 높아진다. 한 달에 5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건보료 본인부담금은 올해 16만8070원에서 내년 17만1260원으로 3190원 오른다.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등 지역가입자의 부과점수당 금액은 201.5원에서 205.3원으로 인상된다. 지역가입자(가구 기준)의 월평균 보험료는 10만2775원에서 10만4713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내년도 인상률(1.89%)은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건보료율 인상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04% 인상을 시작으로 2019년 3.49%, 지난해 3.2%, 올해 2.89% 등 매년 큰 폭으로 건보료율을 높여왔다.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내년 건보료율 인상폭을 예년에 비해 축소한 것은 작년 건보 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건보 지출도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 기준 건보 적자폭은 2019년 2조8000억원에서 작년 35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선을 앞두고 건보료율이 7%대로 높아지는 것을 꺼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도 건보료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건보료가 5년 연속 오르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건보료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건보료율 인상폭은 0.87%포인트로 박근혜 정부(4년간)의 0.23%포인트와 이명박 정부의 0.81%포인트보다 높다.
가입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코로나19로 중소·영세 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건보료를 동결하거나 인상률을 0%대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의료계 등 공급자 단체는 내년 건보료 인상폭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소위에서 공급자 단체는 3%대 인상률을 제안했다.
복지부는 이날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 공익위원 등 3자가 만장일치로 건보료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내년 예정된 보장성 확대 과제와 부과체계 개편 등 정책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가입자, 공급자, 공익위원 모두 조금씩 양보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