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카카오뱅크는 오는 9월부터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세 은행 모두 구체적인 시행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주요 시중은행에서 개인 신용대출은 직장인의 경우 1억5000만원~2억원, 전문직은 최대 3억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외 없이 연소득 범위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국민은행도 조만간 추가 한도 축소를 계획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인 만큼 수용해서 실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현재 통상 연소득의 1.2~2배 수준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00%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날까지 신용대출 상품별 한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규 개인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일찌감치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도 개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로 축소했다. 우리·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미 주요 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5000만원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가수요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보고 더 엄격하게 한도를 관리하는 추세"라며 "대부분 은행이 소액 대출과 서민금융대출은 이전처럼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소된 신용대출 한도는 모든 은행과 금융사를 통틀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A은행에서 신용대출을 3000만원 받았으면 B은행에서는 2000만원까지만 추가 대출이 가능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타행 한도를 통틀어 제한하지 않으면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도를 줄이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고승범 "신용대출 한도축소 권고, '관치' 아냐"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일률적으로 강화되면서 무주택자와 소득이 적은 청년 등 실수요자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관치금융'의 부작용도 우려한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총량규제를 하다 보니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저희도 우려하고 있다"며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완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 후보자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요구한 법적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그동안) 금융권과 협의해가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같이 해왔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권고한 것으로 안다"며 "'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사에 대한 직접적인 관치금융은 저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취임하게 되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해 가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같은 목표에 대해서는 협의해서 계획을 만들고 권고 사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의 개인신용대출 한도 책정과 같은) 개개의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말하는 건 관치로, 정책당국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