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기업들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직급에 관계없이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거나 영어 이름을 쓰는 등 호칭을 파괴하고,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격식을 버린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복장 자율화' 역시 그 중 하나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92개를 대상으로 여름철 복장 자율화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7곳이 회사에 반바지나 샌들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완전 복장 자율화'에 긍정적이라 답했다.
복장 자율화가 긍정적인 이유로는 '복장이 업무 성과에 미치지 않아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 같아서',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 같아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형성될 것 같아서',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라서' 등이 꼽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바지에 샌들까지 허용하는 '완전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26%에 불과했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과 달리 현실에는 잘 적용되지 않고 있었던 것.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한 네티즌 A씨가 복장 문제와 관련한 사연을 털어놔 주목받았다.
A씨는 "몇 달 전 입사한 신입사원이 사무실에서 늘 양말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슬리퍼만 신고 있더라. 처음에는 그냥 사무실 내에서만 신는 슬리퍼인 줄 알고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걸 신고 출퇴근을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직원들의 복장에 대해 지적한 적이 없고, 오히려 어떤 상사가 여직원에게 치마가 짧다며 한 소리 했을 때도 대신 받아쳐주는 성격이었는데 슬리퍼는 그런 나도 좋게 보이지 않더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 젊은 친구들의 패션인 건지, 내가 '꼰대 마인드'인 건지 모르겠다"면서 주의를 줘도 되는 것인지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아무리 자율 복장이더라도 때와 장소는 구분해야 하지 않나", "슬리퍼 신고 출퇴근하는 건 기본이 안 된 거지", "샌들이면 모르겠지만 집 앞 마트가는 것도 아니고 슬리퍼는 좀", "저희는 슬리퍼 신고 출근하면 바로 불려갑니다"라며 A씨의 기분을 이해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회사 출근하면 뭐 신고 왔나 발부터 보겠네", "오히려 과한 노출 의상이나 파티복이면 이상하겠지만 슬리퍼 정도는 괜찮지", "출퇴근 복장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면 간섭할 일은 아닌 듯" 등의 반대 의견을 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복장 자율화'에 찬성을 하면서도, 그 기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3%가 복장 자율화에 찬성했다. 하지만 주요 복장 및 착장에 대해 찬성 및 반대를 양자택일하게 하자 '남녀 공통 지나친 노출복장'(81.3%), '운동복 및 추리닝'(75.5%), '모자'(66.4%) 등이 높은 반대표를 받았다.
'발가락이 노출되는 샌들, 토오픈 슈즈'는 찬성이 60.1%, 반대가 39.9% 였다. 여름철 반바지의 경우는 찬성 66.9%, 반대 33.1%로 집계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