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호PGA아카데미의 고덕호 원장이 ‘알쓸골잡’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 최고 골프교습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고 원장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정회원이자 PGA클래스 A멤버 자격증 보유자입니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골린이’들이 품격 있는 골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알고 보면 쓸데있는 골프 잡학상식’을 전해드립니다.
‘스타의 첫 라운딩 체험기.’ ‘여름 라운딩 룩 도전하세요.’
포털 사이트에 ‘라운딩’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 제목들입니다. 언론매체조차 잘못 쓰고도 왜 잘못됐는지 모르는 단어가 ‘라운딩’입니다. 최근 골프 인기가 치솟으면서 라운딩이라는 표현이 골프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죠.
‘라운딩’은 18홀 경기를 뜻하는 명사 라운드(round)에 ‘ing’를 붙인 말입니다. 명사에 ‘ing’를 붙였으니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지요. 라운드는 골프 외에도 복싱, 격투기 등에서 쓰지만 라운드에 ‘ing’를 붙여 오용하는 곳은 골프뿐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라운드’라는 단어가 골프에서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8홀 경기를 하나의 ‘라운드’로 정의한 건 골프의 발상지이자 세계 최고(最古) 코스로 여겨지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였습니다. 최초의 올드 코스는 12개 홀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멀어지면서 11개 홀을 플레이하다가 돌아오면서 다시 플레이한 뒤 따로 마련된 12번째 홀에서 경기를 마치는 총 22홀 코스였죠.
하지만 첫 4개 홀과 마지막 4개 홀이 너무 짧아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있었고, 결국 1764년 18홀 플레이를 하도록 보수했습니다. 이 골프장 회원들은 9개 홀을 치며 클럽하우스에서 점점 멀어졌고 다시 후반 9개 홀을 치며 골프장을 한 바퀴 도는 ‘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고는 클럽하우스에서 사교활동을 즐겼고요.
처음부터 모든 골프장이 18홀을 라운드로 인정한 건 아닙니다. 골프장에 따라 9홀이나 12홀을 하나의 한 라운드로 정의한 적도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디오픈(브리티시 오픈)의 경우 1860년 제1회 대회부터 12년간 12홀 규모인 프레스트윅골프장에서 열렸지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만든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협회는 윌리엄 4세의 지원에 힘입어 1834년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The R&A)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후 R&A는 18홀로 한 라운드를 구성하도록 각 골프클럽 회원들에게 권고했고, 1800년대 후반부터 이를 골프장들이 따르면서 지금의 ‘라운드’ 개념이 성립됐습니다.
앞으로는 출처불명의 ‘라운딩 가자’는 말 대신 ‘라운드를 가자’고 해보세요.
고덕호 < 고덕호PGA아카데미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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