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책의 제목을 보면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용기’ ‘희망’ ‘웃음’ ‘긍정’ 등은 최근 출간되는 책의 제목에서 자주 발견되는 키워드들이다. 세계는 지금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 속에 헤매고 있고 상실, 절망, 불안, 좌절 등으로 가득한 낙담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인간 승리의 메시지를 찾아 읽으며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서점가에 등장해 화제인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다(Too Many Reasons to Live)》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운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허락된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좌절과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게 해주는 정신적인 백신’이라고까지 평가하며 리뷰와 댓글을 통해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를 표하고 있다.
책을 쓴 롭 버로는 영국인 사이에서 ‘전설’로 불렸던 스포츠 선수다. 2017년 이미 은퇴했지만 롭은 여전히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럭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작은 체격 때문에 운동선수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롭은 잉글랜드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까지 활약하며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다.
1870년 창단한 잉글랜드 럭비 최고 명문 구단 ‘리즈 라이노스’에 입단했을 때도 롭은 165㎝의 작은 키에 70㎏ 미만의 몸무게 때문에 보잘것없는 후보 선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입증해 보였다. 500개 가까운 경기에서 롭이 주전으로 활약하는 동안 리즈 라이노스는 8개의 슈퍼 리그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했고, 2개의 챌린지컵과 3개의 월드 클럽 챌린지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책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신체적 약점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가혹하기로 유명한 럭비 세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며, 럭비 세계에서 이룬 그 어떤 성취보다 훨씬 더 소중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감사도 전한다. “사람들은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나는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나는 덩치는 작았지만, 탁월한 속도와 민첩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내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다시 세상의 편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롭은 2019년 12월 37세의 나이에 희귀 퇴행성 질환인 ‘운동신경질환(MND: motor neurone disease)’ 진단과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다. 예기치 않게 끔찍한 상황이 찾아왔지만,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질병과 맞서 싸우고 있다. 영국 BBC는 롭의 투병 생활을 1년 동안 추적해 다큐멘터리로 방영했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방송을 시청했다.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다》는 자신을 사랑해준 팬과 대중에게 선사하는 롭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자서전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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