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게 맞아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이 엄벌을 호소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나니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을 내서 글을 쓴다"면서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청원자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달 25일 발생했다. 피해자인 A 씨는 남자친구 B 씨와 말다툼을 하다 폭행당했다. A 씨는 지인에게 B 씨와 사귀는 사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언쟁이 벌어졌고, 이후 A 씨는 B 씨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한 달 가까이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17일 숨졌다.
작성자는 A 씨에 대해 "26살, 첫 월급을 받고 엄마, 아빠, 외할머니 선물을 뭘 할까 고민하던 착한 아이였다"며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딸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B 씨에 대해서는 "운동을 즐겨 하며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라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자신의 힘이 연약한 여자를 해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있다면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을까? 응급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작성자는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며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또 다른 억울한 사례가 생기고 죽어나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인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20일 A 씨를 상해치사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작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지금까지 수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