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해 '초격차' 산업을 만들어 낸 삼성이 향후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해 '미래 삼성'을 준비한다.
반도체 분야에선 선단공정 조기 개발과 선제적 투자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리더십을 강화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백신 등 차세대 치료제 등을 개발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 신기술 사업에도 투자해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향후 3년간 직접 고용 4만명, 투자·생산을 통한 고용 유발 56만명 등을 이뤄내 미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다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11일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 국제질서, 사회구조의 대변혁에 대비해 미래에 우리 경제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혁신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코로나 이후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책임있는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난제 해결과 도약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향후 3년간 투자 규모 240조로 확대"
삼성은 향후 3년간 기존 계획돼 있던 투자 금액에 더해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중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은 2018년 당시 역대 최대 규모 투자·고용 계획이었던 '3년간 180조 투자, 4만명'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2018년 투자고용 계획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우선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절대우위 상태로 유지하면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세계 1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 등 선단공정을 조기 개발하고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혁신적인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다.
시스템반도체에선 게이트올어라우드(GAA)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신구조 개발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조기 양산하기로 했다. 특히 TSMC와의 경쟁이 치열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화한 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처도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기존 모바일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응용처에 쓸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대와 관련한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바이오 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 시작 9년 만에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한 바 있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이 연 62만L로 CDMO 분야의 압도적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한 상태고, 이미 5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 공격적 투자 기조를 지속해 CDMO 분야에서 5·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또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신규 진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미국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 mRNA(전령RNA) 백신의 충진포장(DP)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회사는 현재 모더나 백신의 기술 이전에 착수했으며 이달 말부터 수억회 분량의 백신에 대한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6G, AI, 슈퍼컴퓨터 등 미래 산업 준비"
미래 신기술 역량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삼성은 AI 분야에서는 전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기기를 확대하는 등 연구와 사업에도 모두 절대우위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최근 유망 사업의 하나로 각광받는 로봇 분야에선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과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및 전고체 전지 등에도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차세대 통신 분야에선 기존 5G 리더십을 6G에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신설과 6G 백서 공개 등 통신 기술 선행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통신망 고도화·지능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차세대 네트워크사업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한 신사업 영역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4만명 직접 채용"
삼성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의 통상 채용 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3만명이지만, 일자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첨단사업 위주로 고용을 4만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향후 3년간 삼성의 국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에서 약 56만명 등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기 위해 공채 제도 역시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공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 채용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위해 공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소프트웨어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취업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삼성 청년SW아카데미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업 규모도 더 키우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