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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목 '10년 장투' 마이너스 수두룩…해외주식 수익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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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원대 자산가 A씨는 오랜 기간 자신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60%가량을 국내 주식과 펀드로 채워왔다.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해외 투자를 여러 차례 추천받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험을 하기 싫어 피했다. 국내 주식과 펀드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때가 되면 출렁이는 수익률에 늘 불안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를 때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말 그는 ‘미지의 영역’이던 해외로 눈을 돌리기로 결심했다. 국내 자산은 차익실현 후 비중을 29%까지 줄였다. 그 대신 해외 주식을 사, 그 비중을 30% 정도로 맞췄다. 자산 배분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반도체 피크 아웃(고점 통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에 출렁이는 동안 해외 주식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버텨줬기 때문이다.
10년 국내 장투…마이너스가 수두룩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투자가 일상이 된 지난 1년 새 슈퍼리치(고액자산가)들은 글로벌로 자산을 더욱 분산했다. 미래에셋증권 고객 가운데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자산가들은 전체 자산 가운데 해외 주식 비중을 1년 새 11.0%에서 17.2%로 늘렸다. 해외 주식 잔액은 1조원에서 2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1억원 미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국내 주식과 펀드에 자산의 상당수를 투자하는 동안 일찌감치 다양한 자산으로 배분한 셈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쌓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류희석 미래에셋증권 VIP솔루션본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국내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글로벌 분산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준 경험이 있다”며 “이 경험이 일반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집중할 때 과감히 자산을 해외로 분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투자자와 해외로 일찍이 눈을 돌린 투자자의 수익률 격차는 컸다. 201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6.2%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매년 평균 11.5% 올랐다. 해마다 출렁임이 있었지만 장기투자 수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10년 전 주식을 사서 보유했다면
10년 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 50개와 해외 주식 50개의 10년 장기수익률 차이는 훨씬 컸다. 국내 주식의 10년치 수익률은 27.26%에 그쳤지만, 해외 주식 50개 종목의 수익률은 397%에 달했다. 아마존(1822.35%) 텐센트(1434.27%), 캐나디안솔라(1413.16%) 등을 비롯해 BYD, 애플, 나이키, 에스티로더 등도 10년 새 400% 넘는 수익을 냈다. 셀트리온(598.35%) 일진머티리얼즈(372.94%) 티케이케미칼(263.64%) 등 국내 주식 중에서도 일부 종목이 높은 장기수익률을 기록했지만 10년간 손실을 낸 종목(30개)이 훨씬 많았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역시 미국, 중국 등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의 수익률이 높았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5년 수익률이 100%가 넘는 펀드(ETF 포함)는 114개로 국내 주식형펀드(40개)를 크게 웃돌았다.
본격적인 대규모 원정 시작
글로벌 분산투자가 ‘수익성’과 ‘안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커지자 소액투자자도 본격적으로 원정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외화증권 보관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2년 새 국내 투자 고객이 106% 증가하는 동안 해외 투자 고객은 126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억원 미만 고객 가운데 해외 투자에 나선 고객은 2019년 1만3684명에서 올해 32만5980명(6월 말 기준)으로 2282%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가운데 해외 투자에 새롭게 나선 이들은 71% 증가했다. 해외 투자 열풍이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투자자에까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상무는 “환율과 대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증시 특성상 달러, 해외 투자자산으로 자산을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액 자산가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자산 배분에 나섰듯 지금이라도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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