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이달 증시에 입성한 대어급 새내기 주식들이 시총 15위권 안에 한 자리씩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덕에 현대차를 제치고 8위에, 기업공개(IPO)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초기 하락세를 보였던 크래프톤도 반등에 성공해 14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기대감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총 1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4위를 탈환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전과 비교하면 인터넷플랫폼, 이차전지 등 성장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포스코(POSCO),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전통의 대형주들은 이달 들어 주가가 5% 넘게 하락했다.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LG생활건강 등은 시총 15위권에서도 탈락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지수 편입 호재에 고평가 논란에도 ‘훨훨’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 대비 133.33% 상승한 9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43조2341억원으로 현대차(43조541억원)보다 1800억원 많다.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상장 이후에는 보란 듯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격적으로 매수한 영향이다.
상장 이후 외국인과 기관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각각 4563억900만원 어치와 4066억8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6일 이후 매수 규모로 외국인은 LG화학 다음으로, 기관은 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 다음으로 각각 카카오뱅크가 2위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지수 편입 이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조기편입됐다.
코스피200으로의 조기편입도 기대된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큰 이변이 없을 경우 ㅋㆍㅋ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신규상장종목은 상장일로부터 15거래일 동안의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보통주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일 경우 신규상장종목 특례에 따라 지수 조기 편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흥행 참패 아픔 딛고 공모가 회복 목전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시달렸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공모가를 낮추라는 압박까지 받아 IPO 흥행이 실패한 크래프톤도 공모가(49만8000원) 회복을 목전에 뒀다.지난 20일 크래프톤은 시가부터 50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넘어섰고, 장중 51만원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을 반납하고 49만1500원에 마감했다.시가총액 규모는 24조33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4위에 올라 있다. 지난 10일 상장된 크래프톤은 기관이 8거래일동안 3740억6700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신작 게임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뉴스테이트의 경우 다양한 캐릭터, 총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드론 상점 등 신규 콘텐츠 추가를 통한 게임성과 수익성이 한 단계 레벨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예약자 수가 ‘콜 오브 듀티 모바일’ 등 기존 글로벌 IP 대작들의 사전 예약자 수를 크게 웃돌았다”며 “사전 예약자 2700만명 중 미국에서의 사전 예약자 수가 두 번째로 만나 미국 슈팅게임 시장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스테이트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자 증권가에서 크래프톤에 대한 투자의견·목표주가 제시도 잇따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일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2만원을, 메리츠증권은 지난 13일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2만원을,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3일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1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기대감에 8월에만 94%↑
상승률로 따지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압도적이다. 지난 3월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 첫날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기록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7월말이 돼서야 따상 가격 16만9000원을 회복한 뒤, 이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지난 20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3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종가 17만500원과 비교하면 93.84% 오른 수준이다. 지난 17일 장중에는 36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10에 대한 임상 3상 시험계획(IND)를 지난 10일 승인했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으며 30만원선을 돌파했다.
정부도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임상시험 참여자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공공기관 입장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허가심사 기간도 현행 180일에서 40일로 대폭 단축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신속개발 ▲글로벌 생산협력 확대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신속 구축 등 3대 전략을 집중 추진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이후 모더나 백신 CMO를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카카오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4위에 올라섰다.
인터넷플랫폼·이차전지,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시총 2~4배 커져
작년 3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기 전과 비교하면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그룹에서는 인터넷플랫폼과 이차전지 기업의 주가가 상승세가 눈에 띈다.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대형주는 카카오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64조378억원으로 2019년 종가(13조6525억원) 대비 369.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NAVER)의 시가총액은 145.64% 늘어 69조4013억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도체 기업 주식 매도 공세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0만원선이 무너졌을 때는 잠시나마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삼성SDI와 LG화학도 2019년 종가와 비교해 시가총액이 각각 227.12%와 182.83% 커졌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진 뒤 전기차의 확산세가 가시화된 덕이다.
이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전자도 2019년 종가와 비교해 시가총액이 2배 이상으로 커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