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바이오팜 '따상상상'을 시작으로 활황을 맞았던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한풀 꺾였다. 올 하반기 들어 상장한 대어급 종목들이 고평가 논란 등에 줄줄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실패하며 '공모주 불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공모주가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옥석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상에 대한 맹신보다는 해당 공모주가 속한 전방 산업의 성장성을 판별해가면서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단위 대형주들 가운데 올해 따상을 기록한 공모주는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일찌감치 IPO 대어로 꼽혔던 크래프폰은 상장 전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한 데 이어 시초가도 공모가를 하회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화려한 증시 입성으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도 상장 첫날 따상에는 실패했다. 지난 6일 카카오뱅크는 '따'(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에는 실패했지만 '상한가'는 달성했다. 당시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롯데렌탈은 공모가(5만9000원)보다 2.54% 낮은 5만7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주가는 장 초반 6만9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 시초가 대비 3.48% 낮은 5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업공개(IPO)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57곳 중 11곳이 상장일 따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따상 공모주 과반인 6개사는 현재 상장일 시초가를 밑도는 등 화려한 증시 입성 후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모비릭스는 지난 1월 코스닥시장에 따상으로 입성했으나 이튿날 바로 13% 하락한 데 이어 주가는 줄곧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했다. 모비릭스의 현재가는 공모가 대비 60% 증가해 청약 투자 수익률로 보면 양호했지만, 상장 첫날 시초가와 비교하면 현재 약 27%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에이디엠코리아(-28%·상장일 시초가 대비), 삼영에스앤씨(-41%), 해성티피씨(-40%), 오로스테크놀로지(-33%), 선진뷰티사이언스(-24%)도 23일 코스닥시장에서 시초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일 시초가에 이들 종목을 매수해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작년과 달리 상장만 하면 따상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초대어급 공모주에 대한 맹신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기업별로 골라가며 신중히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신규 상장한 기업들은 대부분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옥석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공모가를 확정 짓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전방 산업의 성장 모멘텀과 업황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차이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공모주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증시가 불안정해진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 활황으로 공모가를 훌쩍 웃도는 종목들이 속출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은 증시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공모주 상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당시 증시가 보합 수준에서 버틴데다 제한된 유통 물량, 플랫폼주 매력 등 삼박자가 맞은 덕에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