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인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미국이 한국 내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와 협의한 적이 없고 현실적이지 않다"며 "수송상 문제로 인접 국가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논의된 바 없고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 현지의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아프간인 400여명에 대해서는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송 대표는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이라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난민에 대한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는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난민 문제도 국제적인 숙제가 되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목숨을 건 탈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겨우 빠져나와 살아남는다 해도 국제 난민이 되어 다시 생존문제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국내 시민단체와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과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NGO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우리 사회와 정부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인권과 세계평화, 성별-종교-사상 등에 대한 차별 금지, 생명존중, 폭력과 억압으로 유린되는 기본권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며 공동체 의식이 발휘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일시적 수용을 전재로 달았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한미동맹의 틀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고, 인도적인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지 내 일시적 수용이 아닌 국내 체류 지위 부여 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은 난민 수용에 전향적인 입장을 낸 바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SNS를 통해 "아프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지난 20일 보도자료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아프간 난민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수용해야 한다"며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에게 안정적인 체류와 신분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19일에는 "두 팔 벌려 환대해야 한다"고 페이스북 글을 올려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몸소 나서서 셰어하우스 해주시죠", "아프간 가서 페미니즘 전파하고 와라" 등 악플에 시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인간성 하고는.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고 자랐길래", "당신 같은 코리안 탈레반과 싸우기도 벅차다" 등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에 일침했다.
한편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고려 중인 장소는 미국 내에서는 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군 기지로 알려졌다. 미국 본토 외에는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아프간 피란민에게 임시 숙소 등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아직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