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기관투자가가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투자액이 54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5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고수익을 좇아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가 늘어난 데다 매입한 나스닥시장 종목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말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5453억5000만달러(약 636조9700억원·평가액 기준)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3637억6000만달러)보다 49.9%(1815억9000만달러) 늘었다.
한국의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는 2018년 말 2609억4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후 2019년 말 3472억5000만달러, 지난해 말 4637억달러로 불어났고, 올 들어서는 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지분증권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개인과 기관이 투자처를 다변화하면서 사들인 해외 주식이 크게 불었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올 2분기에만 136억달러에 달했다. 두 번째는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평가차익이 318억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미 나스닥지수는 올해 1분기 2.8%, 2분기 9.5% 상승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를 쓸어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6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 해외 주식은 미국 테슬라로 42억4642만달러어치에 달했다. 그 뒤를 애플(22억9720만달러), 아마존(5억3089만달러), 팔런티어(5억3012만달러), 대만 반도체업체 TSMC(5억1495만달러),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NVSC QQQ S1’(4억7803만달러) 등이 이었다.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쓸어담은 것은 지난해 5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낮춘 것과 맞물린다. 시장금리가 줄줄이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자 고금리·고수익을 찾아 해외 투자가 대폭 늘었다.
한국 투자자들이 사 모은 해외 주식 등이 ‘외환 안전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해외 주식 등 대외자산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한국 기관·가계의 수요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6월 말 4569억달러로 올 3월 말보다 79억달러 줄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인 단기외채비율은 39.2%로 3월 말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9월 말(41.6%)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채무가 늘었지만 한국의 대외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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