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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교민 챙긴 주아프간 대사 "영화 속 전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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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에 성공한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가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대사관 철수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교민 1명을 끝까지 현장에서 챙긴 최 대사를 포함한 우리 공관원들은 우방국의 도움으로 17일(한국 시간) 아프간을 무사히 탈출했다.

최 대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아프간 탈출이 시작된 건 지난 15일(현지 시각) 오전이다. 당시 외교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현지 경비업체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대사는 "탈레반 부대가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장소까지 진입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 초반에는 정부군이 방어작전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방국 대사관에서 '모두 탈출하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방국 대사들 3~4명하고 다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며 "통화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정말 급한 상황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최 대사는 철수 판단을 내리고 바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한 후, 지시를 받아 철수를 시작했다.

일단 매뉴얼에 따라 대사관 내 중요 문서를 파기했다. 이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우방국 대사관으로 철수를 위해 이동했다. 현지 직원들에게는 자택 등 안전한 장소로 가라고 지시했다.

우방국 대사관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데는 헬기를 이용했다. 최 대사는 "헬기를 타고 카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러 다른 국가들의 직원들이 대피를 위해 밀려들어 오는 상황"이었다며 "직원들의 우방국 군용기 탑승 수송을 진행하면서 직원 3명을 남아있는 교민분께 보내 다시 한번 철수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던 교민은 단 1명으로, 여러 차례의 권고에도 현지 사업장 때문에 철수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해당 교민은 직원들의 설득에도 "며칠 뒤 알아서 철수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우리 교민은 공습경보가 울리는 등 급박한 상황 변화와 자신을 위해 남은 최 대사와 공관원들의 지속적인 설득 작업에 철수하기로 했다. 최 대사는 "(우리 교민은) '나도 철수하겠다. 대사관 분들께 미안하다. 여러분이 남아서 고생하는 거 보니 미안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저녁부터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민간공항에 있던 군중들이 민간기에 매달리는 등 공항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최 대사는 "일부 총기도 소지하고 있어서 15일 저녁부터는 총소리도 계속 들렸다"며 "또 우방국 헬기가 계속 공항 위를 맴돌면서 상황 경계를 하고,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16일 출발하는 군용기에 교민의 자리를 확보했으나, 민간공항을 점거했던 아프간 군중이 군 공항으로 몰려들면서 군용기 운항이 중단됐다. 이에 다음날 미군이 군 활주로까지 들어온 군중을 밀어내고 나서야 이륙할 수 있었다. 최 대사와 남은 직원들도 같은 군용기를 타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사히 철수했다.

주카타르대사관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 중인 최 대사는 "너무 바빠 아직 가족들과도 통화를 못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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