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가격에 대한 전망이 1주일 만에 180도 바뀌었다.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히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말께 ‘피크아웃(고점 통과)’이 올 것이라던 기존 전망과 온도차가 상당하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17일 서버용 D램 가격 상승을 점치는 보고서를 내놨다. 서버 시장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여겨지는 3분기부터 D램 값이 5~10% 상승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D램 가격 강세를 점치고 있다. 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기존 19.7%에서 25.1%로 상향 조정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도 기존 5272억2300만달러(약 620조8000억원)에서 5508억7600만달러(약 648조6000억원)로 높여 잡았다. WSTS는 “반도체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메모리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주일 전만 해도 정반대 전망이 쏟아졌다. 트렌드포스는 11일 PC 제조업체의 높은 재고 수준과 PC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PC용과 서버용 D램은 수요처가 다르고 패키징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또한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리포트에서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으로 반도체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트렌드포스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증발한 시가총액만 30조원 안팎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D램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데도 투자자들은 전체적인 그림보다는 일부 조사기관의 전망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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